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 대북 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을 수 없고 핵 능력만 고도화시킨다는 게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부터는 북한의 핵개발이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은 그 시작이라는 것이다. 과거 어설픈 대북 유화조치가 결과적으로 핵개발만 도와준 셈이었다는 것은 이제 자명해졌다. 그런 점에서 대북 정책기조 전환을 분명히 한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대통령은 국회에 경제활성화와 민생법안을 지체 없이 통과시켜 줄 것도 재차 당부했다.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 그리고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구체적 법안 이름까지 거론하며 호소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어떻게든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죽하면 대북 정책을 밝히는 자리에서까지 법안 처리를 부탁할까 하는 답답한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유감인 것은 대통령이 거론한 법안 대부분이 이미 ‘앙꼬 빠진 찐빵’ 신세라는 점이다. 여야 간 법안 흥정 과정에서 주요 내용이 누더기가 돼 국회를 통과해도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그렇다. 야권은 보건 및 의료 분야를 포함할 경우 의료영리화 근거가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통령은 어제 “법안 어디에도 보건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할 조항은 없다”고 역설했지만 야권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설사 통과시키더라도 사회적 경제기본법, 중소기업 적합업종 강화 등 ‘경제 죽이기’ 법안과 연계하겠다고 벼르는 마당이다. 노동개혁 법안도 기간제법이 이미 빠져버린 데다 파견법은 ‘뿌리산업’의 대기업 파견 금지로 유명무실해졌다. 나머지 3개 법안은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복지 법안이다.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를 호소한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이런 ‘껍데기 법안’들을 통과시킬 바에야 그냥 두는 게 차라리 낫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정치 개혁이 더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