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치닫는 개성공단] '통일대박론' 접고 원칙론 강수…박 대통령, 대북정책 새판짜기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드레스덴 선언’과 ‘통일 대박론’을 내세우던 박 대통령이 대화와 타협 대신 강경 대응 방침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 들어 중국의 반발을 감수하고 주한미군에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를 배치하는 문제를 미국과 공식 협의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남북교류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한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가동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여기에는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 포기를 견인하려면 고강도 제재와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드 한반도 배치와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선제적 조치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흐름에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체제를 지속하기 위한 수단이자 고육책”이라고 규정하면서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강력한 조치는 동북아 외교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반대하고 있다. 이는 한·미·일 대(對) 북·중·러라는 신(新)냉전구도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톈안먼(天安門) 성루 외교’라고 하는 등 역대 최상으로 평가되던 한·중 관계가 북핵 실험을 계기로 악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국민의 생존과 번영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북핵 포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핵도발과 신냉전구도 등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와 맞물려 박근혜 정부의 대외정책 3대 핵심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도 사실상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이들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핵·경제 병진노선 포기가 대북 외교의 1순위로 부상한 만큼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북 간 대화 국면이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