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진료·주례 등 방법도 '다양'…검찰·선관위 엄정 대처 방침

4·13 총선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마 예정자들이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출마 예정자들은 서둘러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출·퇴근길 거리 인사와 명함 돌리기 등 본격적인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구에서는 상대 후보자를 비방하고, 유권자들에게 선물을 돌리는 등 벌써부터 '혼탁선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예비후보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무료 진료 봉사를 하다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을 당했고, 또 다른 예비후보는 출판기념회에서 코미디 공연을 선보였다가 경고를 받았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은 선거 초반부터 불법 선거운동에 대해 '엄정 대처' 방침을 세우고 혼탁선거 예방활동에 나섰다.

◇ '명함배부·흑색선전·치적홍보' 불법선거 운동 줄이어
예비후보 등록자가 늘면서 선거판의 윤곽이 드러나자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예비 후보자가 아닌 제3자가 선거명함을 나눠주는 불법 선거운동이 잇따르고 있다.

공공장소에 자신의 치적을 알리는 펼침막을 걸어 두는 '얌체' 불법 선거운동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전북도선관위는 4·13 총선과 관련해 2일까지 10명을 적발해 '경고' 처분했다.

한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예비후보자의 치적을 홍보하는 펼침막을 도심에 걸어 놓았다가 적발됐다.

다른 유권자는 지지 후보의 명함을 배포하다가 경고 처분을 받았다.

경기도에서는 의정부을 예비후보와 남양주을 예비후보가 각각 시청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한 뒤 시청 사무실을 방문해 명함을 돌린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현행법상 선거운동을 위한 호별 방문을 금지하고 있다.

예비후보자 본인이 아니면 명함과 인쇄물 등을 나눠 줄 수 없다.

선거 때마다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흑색선전'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경남도선관위는 페이스북에서 특정 예비후보에 대한 거짓말을 지어내 게시한 혐의로 한 누리꾼을 창원지검 진주지청에 고발했다.

지난달 21일 대구에서는 한 유권자가 특정 입후보 예정자의 출마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도로에 세워뒀다가 적발됐다.

선거운동을 위해 사조직을 만들거나 지지하는 후보자를 위해 '치적 홍보'에 나선 열성 선거운동원들도 선관위 감시망에 걸려들고 있다.

광주에서는 선거운동을 위해 산악회를 결성하고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총선 입후보 예정자와 모 산악회 회장 등 11명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선거운동을 위해 산악회를 결성하고 6∼11월 '입후보 예정자와의 대화시간' 등이 포함된 관광행사를 열어 6천여명을 대상으로 업적과 공약을 홍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민들은 주최측이 빌린 버스에 40명씩 나눠 타고 전남·북 관광지를 방문했으며, 식사와 기념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인당 2만원씩 회비 명목으로 냈지만, 식비와 기념품 등을 포함하면 전체 경비는 회비를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선관위는 보고 있다.

◇ 근절되지 않는 '선물 선거'…명절 앞두고 기승 조짐
명절을 앞두고 예비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선물을 돌리는 '선물선거'도 수사 기관과 선관위의 주요 감시 대상이다.

일찌감치 지난해부터 선물을 돌렸던 예비후보들은 이미 법원을 오가며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울산시선관위와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총선 출마가 유력했던 중구의 입후보 예정자는 지난해 설에 지역구 상인 20여명에게 식용유 선물세트를 선물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가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2일 이 입후보 예정자를 기소했다.

충북에서는 노인단체에 물품을 기부한 총선 입후보 예정자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예정자는 지난해 11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과 함께 자신이 출마할 제천의 한 노인단체에 김치냉장고 1대와 온풍기 2대 등 25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한 의혹을 받고 있다.

충남도선관위도 지난해 11월 지역 주민에게 음식과 선물을 제공한 혐의로 총선 출마 예정자와 그의 측근 등 4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입후보 예정자는 예산군 한 음식점에서 유권자 40여명을 모아 놓고 지지를 호소한 뒤 72만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하고, 측근 카드로 계산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무료 진료, 주례, 출판기념회 공연 모두 선거법 위반입니다"
의사 출신 예비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무료 진료 봉사를 하고, 출마지역의 유권자 결혼식 주례를 하거나 예비후보가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에게 축하공연을 보여주는 것은 선거법 위반일까?
모두 선거법 위반 행위다.

진료 봉사는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유권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주례 역시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 앞에 서는 행위로, 선거법상 예비 후보자는 주례를 할 수 없다.

출판기념회에 돈을 주고 사람을 동원하거나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에게 문화 예술공연을 무료로 보여주는 것도 선거법 위반이다.

울산 중구의 한 예비후보는 2014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4차례 주례를 한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울산 울주군의 한 예비후보는 지난해 3∼11월 울주군 관내 복지회관 등에서 11회에 걸쳐 221명의 군민에게 무료진료를 해 공직선거법 '후보자 등의 기부행위 제한' 위반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했다.

전주 덕진 선거구의 한 예비 후보는 출판기념회에서 15분짜리 코미디 형식의 공연을 했다가 경고를 받았다.

선관위와 검찰은 선거운동 초반부터 과열, 혼탁 조짐이 보이자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또 갈수록 다양해지고 변칙적으로 변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해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1일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공명선거문화 확립을 첫 번째 논의주제로 잡고 ▲ 철저한 실체 규명 ▲ 신속한 수사·재판 ▲ 공정한 사건 처리 등 '3대 원칙'을 공표했다.

검찰은 현역·당선자 상대 고소, 고발이 접수되면 검찰이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과 '실시간 지휘 시스템'을 구축해 신병이나 압수수색 지휘를 최우선 처리할 계획이다.

사안의 성격상 검사 여러 명이 필요한 사건은 부장검사에게 주임검사를 맡기는 '부장검사 주임제'도 도입했다.

선관위도 설과 대보름을 전후해 총선 예비 후보자들의 음식물 제공 등 불법행위가 우려됨에 따라 특별 예방·단속 활동을 벌일 방침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금품·음식 제공 등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변칙적인 선거법 위반 사례에 대해서도 공명선거가 치러지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특이사례를 공유해 법망을 피해가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주 이재현 손현규 오수희 전창해 박정헌 이덕기 손상원 권숙희 고성식 이상현 이은중 김진방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chin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