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 새누리당 '총리후보 벨트' 되나
새누리당이 서울 마포 지역 총선 후보로 중량급 인사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마포갑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최근 김무성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최고위원에게 마포을에 나설 것을 권유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각각 2010년, 2014년 총리 후보로 지명됐으나 낙마했고, 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포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갑)과 정청래 의원(을)의 지역구다. 하지만 역대 전적을 보면 새누리당에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평가다. 19대 총선에서는 마포갑에서 노 의원이 11.42%포인트, 마포을에서 정 의원이 17.2%포인트 차이로 당선됐다. 하지만 18대에서는 새누리당 후보인 강승규 전 의원과 강용석 전 의원이 각각 당선됐다. 여야가 승부를 주고받아온 지역인 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운다면 해볼 만한 곳이라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여권은 마포갑의 인구 변화도 주목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최근 공덕동 용강동 등을 중심으로 5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외부 유입 유권자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여권 지지층이 늘어난 것으로 새누리당은 기대하고 있다.

마포을은 홍익대, 상암동 등 젊은 층 유권자가 많다는 점에서 여전히 야당 우세 지역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는 ‘여권 저격수’인 정 의원의 연임을 막아야 할 필요가 크다. 젊은 층의 표를 끌어올 수 있는 거물급 인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가 직접 나섰지만 김 최고위원과 정 의원의 ‘빅매치’는 성사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마포을 출마에 대해 “불출마를 선언하고 배움의 시간을 갖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는데, 이를 어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김성동 전 의원, 황인자 의원(비례대표), 이채관 새누리당 정책위원 등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문대성 의원을 인천 남동갑에 출마하게 하고, 김 최고위원에게 마포을 출마를 권유한 것을 두고 ‘돌려막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상향식 공천을 ‘혁명’이라고 표현했던 김 대표가 특정 인사에게 직접 출마를 권유하면서 스스로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