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의 원칙 없는 법안 주고받기는 일상이 됐다. 경제 활성화와 민생을 위해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이 전혀 무관한 법과 연계돼 발목을 잡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법안 주고받기는 예산 시즌에 더 심해진다. 야당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하는 것이다.

2013년 12월 외국인 투자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이 그랬다. 새누리당이 외국인 투자촉진법 입법을 추진하자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법을 법사위에서 처리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야당이 주장한 상설특검법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외국인 투자촉진법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새해 예산안은 해를 넘겨 처리됐다.

올해 예산 정국에선 반대로 여당이 예산과 법안을 연계했다. 여당이 원하는 법안 통과에 야당이 협조해 주지 않으면 예산안에 야당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채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고 한 것이다.

평소에도 다르지 않다. 민생을 위해 필요한 법이 엉뚱한 법과 묶여 가로막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선 여당이 추진하던 관광진흥법 개정에 야당이 최저임금법 개정을 조건으로 들고 나왔다. 5월 공무원연금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선 국회법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연계했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상임위가 소관 분야 법안을 심사해 본회의로 넘기는 정상적인 입법 절차 대신 여야 지도부가 주고받기에 합의하면 상임위는 요식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이 만연하다.

법안 주고받기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전시·천재지변으로 제한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다수결 원칙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수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려면 법안 주고받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하에서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면 소수당이 반대하는 법안도 본회의에 올릴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재적 의원 6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되 다수결 원칙도 훼손하지 않는 정치 문화와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