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해 사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사죄 뒤집지 말라는 것"

유흥수 주일본 한국대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한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하는 "전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일 보도된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정상 간에 이 문제에 대한 양해가 있는 가운데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사는 "앞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등 다자간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고 그런 장소에서 열리면 좋겠다고 개인적으로 바란다"며 "연내에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도록 환경정비에 모든 힘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 문제를 둘러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움직임에 관해 "고노(河野)담화 수정을 암시하고, 검증하고, 모호하게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의 국민은 일본이 말하는 반성이나 사죄에 진심이 담겨 있는지 의문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일부에서 '일본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몇 번이나 사죄했는데도 한국이 여전히 사죄를 요구한다'는 오해가 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일본에 대해 반복해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죄를 뒤집거나 바꾸지 말고 지키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대사는 무라야마(村山)담화에 있던 '침략', '식민지 지배', '반성', '사죄' 등의 표현이 전후 70년 담화에 들어가는지가 담화가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결정한다며 전후 70년 담화 발표가 올바른 역사 인식을 표명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역시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인터뷰에 응한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국 일본대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의 논의에 '상당한 진전'(considerable progress)이 있었다고 언급한 것에 관해 "지금 어떤 단계가 있는지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벳쇼 대사는 "교섭을 정리하려면 양국 국민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담당자끼리 이야기하는 단계의 다음에는 정상 수준에서 생각해야 하고 그것을 양국 정부가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있을수록 자주 의사소통할 필요가 있고 조기에 정상회담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중·일 정상회담 때 자연스러운 형태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