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타는 반 총장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15’ 개막식에 참석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과 함께 자리에 앉아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속타는 반 총장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15’ 개막식에 참석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과 함께 자리에 앉아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으로부터 자신의 방북을 취소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발표한 20일 오전, 주무부처인 외교부와 통일부는 경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북한은 이날 새벽 유엔 측에 ‘방북 허가 철회’를 통보했다. 반 총장이 개성공단 방문 계획을 밝힌 지 하루도 안 된 시점이다. 한국 정부에는 별도의 통지를 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과 미국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지목하며 핵 타격수단이 소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위협했다. 남북관계 경색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익 없다” 판단한 듯

[반기문 개성공단 방문 막은 북한] 남북관계 개선 '메신저' 거부한 북한, "핵타격 수단 확보" 위협
전문가들은 반 총장의 전날 발언이 북한이 방북을 돌연 취소한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 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사항”이라고 했다. 북한의 인권 개선과 비핵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남북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반 총장의 방북 거부를 통해 남북대화 의지가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 ‘대화국면’ 분위기 조성을 반대하는 강경파가 득세한 것을 이유로 꼽는 시각도 있다.

개성공단에서 빚어진 남북 갈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대남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개성공단 근로자에 대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남한 당국이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파탄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무산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반 총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남북 문제 진전에 좋은 계기가 됐으면 했는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반 총장은 “추후 적절한 계기에 다시 방북을 추진해볼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소형화 완성 아니다”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을 거부하면서 핵 위협을 한 것은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관측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올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자주·존엄을 기치로 내걸고 외부에 힘을 과시하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위기감을 조성하고 내부적으로는 ‘공포통치’를 통해 긴장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만들거나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국제사회의 압박에 강하게 맞서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더욱 탈출구를 찾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달 중순으로 추진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휘호 여사의 방북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 타격 수단의 소형화와 다종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도 전복을 꿈꾸는 침략자들의 준동을 짓부수고 민족의 존엄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우리의 위력한 타격수단들이 명중탄을 안길 임전 태세에 있다”고 위협했다.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하기 위해서는 소형화 기술이 필수적이다.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110㎏), 러시아(255㎏), 영국(350㎏), 중국(600㎏), 인도(500㎏) 등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핵 소형화가 상당한 기술 수준에 접근했지만 완성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