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통과 '주고받기'…'정치적 거래용' 전락한 경제활성화법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지난해부터 중점 추진한 30개 경제활성화 법안 중 남은 6개 법안(금융위원회 설치법,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의료법 2개, 관광진흥법,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4월 임시국회(6일 회기 마감)에서도 처리되지 못하고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그나마 2월 임시국회에서 ‘클라우드컴퓨팅 발전·이용자 보호법’과 ‘국제회의산업(MICE) 육성법’ 등이 처리됐지만 회기마다 1~2건씩 통과돼 ‘찔끔 처리’라는 정치적 비난을 들었다.

거래용 맞불 법안에 막힌 경제활성화법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회기 때마다 지지부진한 이유는 여야가 상대 당의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정치적 거래용’ 맞불 법안을 들고 나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임시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이 ‘부동산 3법(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 분양가 상한제를 탄력 운용하는 주택법,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처리를 요구하자 야당은 전·월세 상한제 및 계약갱신 청구권을 도입하자고 맞불을 놨다.

2월 임시국회에서는 ‘11개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주장한 새누리당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과 최저임금법 등 서민입법 처리를 연계 카드로 들고 나왔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당시 남은 9개 경제활성화 법안 중 크라우드펀딩법과 지방재정법, 관광진흥법 등을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는 대신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을 통과시키며 빅딜을 성사시켰다.

성완종 특별법과 ‘빅딜’하자는 야당

4월 국회에서도 계류 중인 6개 경제활성화 법안 가운데 여당이 시급히 처리를 요청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새정치연합이 연계 처리를 요구한 ‘사회적 경제 기본법’과 1 대 1로 맞물려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관광진흥법 역시 야당이 일명 ‘생활임금법(최저임금법 일부 개정안)’과 함께 처리하자고 주장해 보류됐다.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크라우드펀딩법’도 야당이 처리를 요구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맞물려 있다.

야당은 최근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경제활성화 법안 등 여당의 중점 처리 법안을 성완종 특검법과 연계해 협상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나섰다. 성완종 파문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주장하는 별도 특검제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빅딜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국회선진화법 악용

경제활성화 법안이 정치적 거래용으로 이용되는 이유는 2012년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 도입 이후 여야 할 것 없이 법안을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등으로 제한하고 상임위원회에서 통과가 안 된 쟁점 법안은 ‘안건 신속처리제도’를 통해 본회의에 올리도록 했다. 신속처리제 대상이 되려면 해당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 또는 전체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선진화법 시행 이후 여야는 자신들이 중점 추진하는 법안이 상대 당의 반대에 부딪힐 때마다 법안을 연계하는 작전을 폈다. 정치권에서는 다수결이란 의회의 기본 원칙이 무너진 대신 협상이란 명분으로 정치적 거래가 활발해졌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은 표면적으로는 여당의 경제활성화 법안 자체가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어 경제활성화 효과가 의문스럽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경제활성화법 처리에 속타는 여당의 심리를 이용해 정치적 실리를 챙기겠다는 속뜻도 숨어 있다.

특히 최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유능한 경제 정당’이란 기치를 내세운 것을 계기로 여당 정책에 무조건적인 반대 대신 협상을 통해 얻어낼 것은 얻어내자는 당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게 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야당의 주력 법안 처리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