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선거에서 전패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에 당 안팎의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 책임론을 본격 제기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지만 선거 때마다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네거티브 선거에 의존한 데 대한 비난과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30일 “이번 선거를 ‘국민의 지갑을 지키는 선거’로 규정하고 경제정당의 모습을 내세웠지만 ‘친박 권력형 비리 게이트’가 나오면서 또다시 정권 심판론을 들이밀었다”며 “진영 논리에 갇혀버리면서 여권 지지세만 모인 것이 가장 큰 패착”이라고 말했다.

당내 비주류인 한 의원은 “이번 선거에 ‘성완종 리스트’만 있었지 문 대표가 내세운 ‘새 경제’는 없었다”며 “비전 제시보다 꼬투리 잡기식 공세에 유권자들이 지친 것 같다. 이번 참패는 계파 뿌리를 뽑으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최근 네 번의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지만 모두 패했다.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심판론,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명박근혜 심판론’,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는 ‘세월호 심판론’, 4·29 재·보선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계기로 ‘부패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했지만 역효과만 냈다.

한 여론분석 전문가는 “정권 심판론은 오히려 여권 보수층 지지세를 결집시키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며 “새정치연합은 지난 선거 패배를 교훈으로 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내대표에 출마한 최재성 의원은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략적인 공세로 명확한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대안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호남 기득권에 안주한 데 대해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었다”며 “호남의 목소리는 먼저 전국적인 대안 정당이 돼라. 그 다음에 집권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야당 텃밭’인 광주 서을과 서울 관악을 지역을 내준 것에는 야권 분열에 대한 당 지도부 책임론이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야권 분열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준 선거였다”며 “‘후보 대 후보’가 아닌 ‘친노 대 새누리당’의 싸움이 됐고, 이 때문에 당의 주인인 당원 중심의 선거가 되지 못한 것도 패배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지난 2월 당 대표 선거에서 비노(노무현)계의 지지를 받았으나 문 대표에게 근소한 차로 패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체질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이날 “지금처럼 야권이 사분오열돼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야권 전체 틀이 다시 짜이지 않으면 야당의 미래가 없을 뿐 아니라 정권 교체도 힘들어진다”고 평했다.

진명구 기자 pmg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