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와 함께 미·중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AIIB에 우선 가입한 뒤 중국을 설득해 미국과 사드와 관련된 물밑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월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7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고위급회의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KIDD는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차관보급 회의로 한·미 국방 현안이 모두 논의된다.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사드에 관한 한·미 간 협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중이 AIIB와 사드를 맞교환하는 ‘패키지딜’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이 중국 주도의 AIIB에 가입하는 대신 중국은 사드에 제동을 걸지 않는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 문제인 AIIB와 안보 문제인 사드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방한한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차관보가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뜻을 밝히는 등 중국의 압박이 심화되자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두 가지 사안을 연계한 대응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사드와 관련한 ‘요청, 협의, 결정이 없었다’는 ‘3NO’ 방침에서 ‘국익에 따라 주도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도 AIIB 가입을 앞두고 미국과 입장을 조율한 결과 나온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오는 21일 열리는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사드가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임을 중국에 이해시키고 논란이 커지지 않도록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배치가 협의될 경우 중국에 설명하는 게 당연하다”며 “한·중 관계는 최상이며 사드 문제로 신뢰가 손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드(THAAD)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미국의 군사기지를 공격하는 미사일을 격추할 목적으로 록히드마
틴이 개발한 공중방어시스템이다. 고도 40~150㎞에서 초속 약 2.5㎞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한다. 지상 배치이동형으로, 1개 포대 도입비용은 1조원 이상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