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당국자 "日, 역사문제서 자유스러운 것 아냐"
"향후 안보법제 정비시 우리입장 계속 견지·관철"


일본 아베(安倍) 내각의 집단자위권 행사 결정을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시각에는 과거사 문제에서 기인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그 내각이 그동안 보인 역사 수정주의적인 언행을 볼 때 집단자위권 문제를 액면 그대로만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집단자위권 자체는 국제법적으로 허용된 주권적 권리로 미일 동맹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행사되는 방향이기 때문에 당장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가 가만히 손을 놓고 지켜보기에는 아베 내각이 그동안 보인 행동을 볼 때 불안하다는 게 정부 내 분위기다.

아베 총리는 주변국의 반발과 우려에도 과거 침략 역사를 부인하는 발언을 하고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는 한편 '고노(河野)담화 흔들기'를 시도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과거사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아베 내각의 집단자위권 행사는 이런 과거사 도발과 같은 그림 속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정부 내에 많다.

게다가 보통국가화를 외치면서 최근 우경화 행보를 보이는 일본 사회 전체의 변화 조짐도 우리에겐 신경이 쓰인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일 "집단자위권이 일반적 개념이지만 일본에 있어서는 그렇게 일반적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특수한 면이 있다"면서 "역사문제로부터 그렇게 자유스러운 것은 아니며 그런 인식하에 우리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사 문제와 집단자위권을 하나의 흐름으로 볼 경우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아베 내각의 우경화 행보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다.

이 당국자는 "집단자위권 행사 결정을 일본 정부가 했더라도 특수한 정부가 하는 것과 다른 정부가 하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면서 "최근 이런(우경화) 행보를 보이는 정부가 했다는 것이 다른 정부와 의미가 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외교·국방 채널을 통해 이런 우리 정부의 우려를 일본측에 지속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해 일본 정부가 아주 숙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본이 집단자위권 행사 요건을 강화했는데 그런 부분은 우리가 입장을 표명한 것과 일본 내 부정적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이 이번에 집단자위권 행사 허용을 결정하면서도 제한적 요건에 입각해 한정적으로 한다는 소위 '한정적 용인론'에 입각한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 정부는 올 하반기 일본에서 진행될 집단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법과 '미일 가이드라인' 지침 개정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각의 결정 이후 진행될 이 절차에서 집단자위권의 구체적인 행사 유형이 정해지는 만큼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선을 긋겠다는 뜻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반도 안보나 중요한 국익에 관한 사항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면서 "특히 앞으로 안보법제를 정비하고 운용하는 과정에서 우리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일본 측과 계속 협의를 해 나가고 우리 입장을 견지하고 관철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정부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해 주변국의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계속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김효정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