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북한의 ‘2인자’로 군림했던 장성택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나 초라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13일 공개한 재판정 사진을 보면 장성택은 군사재판 피고인석에서 양손이 묶이고, 국가안전보위부원으로 보이는 두 명에게 목과 팔을 잡힌 채 초라하게 서 있다. 그가 북한 정권의 실세였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장성택은 남색 인민복 차림에 평소처럼 검은빛이 도는 안경을 꼈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수행하며 공개활동을 하던 때와 비교하면 머리숱도 많이 줄고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고개와 허리를 약간 숙인 채 눈을 감은 얼굴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처형만 기다리는 영락 없는 사형수의 모습이었다.

특히 왼쪽 눈두덩이 부어오르고 멍이 든 것처럼 보인 것은 장성택이 조사 과정에서 구타당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북한 정권 실세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이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장성택은 1972년 김일성종합대 시절부터 연애한 김일성 주석의 맏딸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결혼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최고지도자 가문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출세가도를 달려 당 청년사업부장과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요직을 꿰찼다.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오른 이후에는 국방위 부위원장, 당 행정부장, 인민군 대장 등 화려한 직함을 걸치고 김정은의 후견인 노릇을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