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 1기 임관 50주년 기념행사 참석자들이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헌규 대한민국ROTC중앙회장, 운덕 전 천태종 총무원장, 이준 전 국방부 장관, 권동열 행사준비위원장, 박세환 재향군인회장, 김소나 서울과학기술대 52기 학군사관 후보생.  ROTC 1기 동창회  제공
ROTC 1기 임관 50주년 기념행사 참석자들이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헌규 대한민국ROTC중앙회장, 운덕 전 천태종 총무원장, 이준 전 국방부 장관, 권동열 행사준비위원장, 박세환 재향군인회장, 김소나 서울과학기술대 52기 학군사관 후보생. ROTC 1기 동창회 제공
“대부분 현역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지만 오늘의 한국을 이룩했다는 긍지와 자부는 가슴속에 살아 있습니다.”

1963년 2월20일, 서울 용산동 육군본부 광장을 비롯해 각 관할사령부 주관으로 학군사관후보생(ROTC) 1기생 장교 임관식이 열렸다. 사관후보생 2642명은 이날 초급장교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로부터 50년의 세월이 흘러 칠순을 넘긴 ROTC의 ‘전설’들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웨딩홀에 다시 모였다. ‘ROTC 1기 임관 50주년 행사’를 위해서다. 장교로 임관해 1960년대 초 턱없이 부족했던 군 지휘관 문제를 해결했던 이들은 이후 군에 남거나, 군문을 떠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사회 각 분야로 진출해 대한민국 발전의 주춧돌을 놓는 활약을 펼쳐왔다.

50년 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전우를 만난 노병들은 행사장에서 칠순의 나이가 무색하게 서로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했다. 이들은 “1기로 임관했을 때 육군사관학교 출신 선임 장교들에게 기합도 받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젠 모두 그리운 추억”이라며 과거를 떠올렸다.

ROTC 1기생은 각 분야에서 저명한 인물을 많이 배출했다. ROTC 출신 군 장성은 20여명으로, 이 가운데 1기 10명이 별을 달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박세환 재향군인회장(예비역 육군 대장)을 선두로 김봉찬 윤영호(이상 예비역 소장) 최무정 주영은 윤영기 이병옥 반웅식 이규홍 이의근(이상 예비역 준장) 동기가 별을 달았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박재윤 전 통상산업부 장관, 손길승 SK그룹 명예회장,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이충구 유닉스전자 회장, 송병락 전 서울대 부총장, 정석종 전 전남대 총장, 정정섭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회장, 전운덕 전 천태종 총무원장 등도 ROTC 1기다.

1961년 출범 당시 16개에 불과했던 ROTC 학군단은 현재 115개 대학으로 확대됐다. 2011년부터 여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올해 56명의 여군 소위가 임관했다. 올해 51기까지 18만여명의 장교를 배출했다.

임관 50주년 행사 추진위원회의 권동열 위원장(전 퍼시스 대표이사)은 인사말에서 “지난 50년 동안 우리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국가와 사회 발전에 헌신했다”고 말했다. ROTC 후배(13기)로 행사장을 찾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맏아들이 43기로 임관해 특공연대 소대장을 지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고등학생인 막내에게도 ROTC를 권유할 생각”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육군사관학교 19기 출신인 이준 전 국방부 장관이 1963년 ‘임관 동기’로 축하 방문했다. 이 전 장관은 “ROTC는 한국이 발전을 시작하려는 때 생긴 제도로 아무도 걸어보지 않은 길이었지만 멋진 결정이었다”며 “지난 50년 동안 한국 사회를 바꾼 것은 경제였고, 이 나라가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서는 ROTC 1기 역할이 아직도 중요하다”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ROTC 10기인 최헌규 대한민국ROTC중앙회장(다우기술 부회장)은 “460여명의 ROTC 장교가 순직·전사한 것은 그만큼 우리 ROTC 장교들이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는 의미”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