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3박4일간의 중국 국빈 방문을 시작한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오전(현지시간)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해 본격적인 방중 일정에 들어갔다. 서우두공항에는 한국 측에서 권영세 주중 대사와 황찬식 재중 한인회장 등이, 중국 측에서는 장예쑤이 외교부 상무 부부장(장관급)과 장신썬 주한 대사가 각각 나와 박 대통령을 영접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과거에는 보통 차관급인 아주국 부부장 중 한 사람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장관급에 해당하는 상무 부부장이 나와 의전 측면에서 최고 대우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우두공항에서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이동할 때 중국산 관용차인 ‘훙치(紅旗)’에 탑승했다. 박 대통령을 태운 승용차뿐 아니라 수행단과 취재진 차량이 공항을 떠나 숙소로 가는 30여분 동안 중국 경찰은 줄곧 이동 도로를 통제하는 경호를 했다.

박 대통령은 오후 3시30분 숙소를 떠나 공식 환영행사가 열리는 인민대회당 동문 앞 광장으로 이동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은 해가 뜨는 동쪽을 길한 방향으로 여겨 외국 정상의 국빈 방문 시 인민대회당 동쪽 광장에서 공식 환영행사를 열어 국빈을 맞이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행사장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시진핑 국가 주석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환영식은 양국 국가 연주, 21발의 예포 발사, 의장대 사열 및 분열 순으로 진행됐다.

두 정상은 환영식을 끝내고 인민대회당에 마련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 오후 3시45분부터 단독회담을 했다. 회담은 당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4시55분께 끝났다.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5분 정도 중국어로 인사말을 했고, 이에 시 주석이 놀라며 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8년 전에 63빌딩에 있는 백리향에서 만난 이후로 마치 오랜 옛 친구를 만난 것 같다”며 2005년 첫 만남을 회고했다.

이어 진행된 확대 정상회담에는 두 나라 실무급 인사 11명이 각각 배석했다. 시 주석은 회담 환영사에서 “한국과 중국은 역사가 유구하다”며 통일신라 시대의 학자 최치원의 한시 ‘범해(泛海)’를 인용했다. 시 주석은 “당나라 시대 최치원 선생님은 중국에서 공부하시고 한국에 돌아가셨을 때 ‘괘석부창해 장풍만리통(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이란 시를 쓰셨다. 풀어서 말씀드리자면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이 만리를 통하네’이다”고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중국은 문화적으로 정말 공감대가 상당히 넓고 그래서 짧은 기간에도 두 나라가 급속하게 관계가 깊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이어 ‘한·중 청소년 국가 간 교류사업’ 일환으로 열린 한·중 청년대표단과 만나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 여기에는 한국 학생 대표 40여명과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소속 60여명이 참석했으며, 30분간 양국 정상과 즉석 간담회가 진행됐다.

두 정상은 오후 6시께 정상회담 결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중국 측 관례에 따라 질문을 받지 않고 사전에 준비된 발표문을 낭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어 인민대회당에서 가장 넓고 화려한 홀인 금색대청으로 이동해 국빈만찬 행사에 참석했다.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만찬에는 두 나라 대표단이 각각 75명 참석했으며 만찬이 끝난 뒤 특별 문화공연이 즉석에서 열렸다. 문화공연에서는 중국 학생이 나와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노래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연주했고, 한국어를 전공한 중국 학생들이 나와 고(故) 육영수 여사가 즐겨 불렀던 ‘고향의 봄’을 합창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노래를 연주하는 것은 예고된 일이 아니었다”며 “중국 측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사전에 세심하게 파악해 공연을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