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의회 권력] 변재일 "이익집단 압박으로 입법 취지 왜곡 도 넘어"
“이익집단의 압박으로 인한 정치권 의사 결정의 왜곡이 정상 궤도를 넘어섰다.”

변재일 민주정책연구원장(사진)은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회의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의원들은 표를 의식해 이익집단의 이해를 외면할 수 없고, 이익집단은 이를 이용해 입법 과정에 과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입법 취지가 당초 의도에서 벗어나기 십상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민주정책연구원은 민주당이 설립한 정책 연구기관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변 원장은 곧 2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다.

그는 “보육 정책은 어린이집 원장, 교육 정책은 학원 원장, 건강 정책은 민간 보험사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변 원장은 “예를 들어 정부가 추진 중인 ‘유보 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은 주된 정책 대상인 아이나 학부모들은 압도적으로 찬성하지만 안 되고 있다”며 “이는 정책 의사결정을 할 때 지나치게 정치적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입법 과정에서 보육·교육의 1차적 수요자인 학부모, 건강 정책의 1차 수요자인 환자들의 뜻보다는 이익단체의 입김을 더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그는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여야를 넘어선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 원장은 “최근 불거진 갑을(甲乙) 관계 논쟁도 사실 절대적 갑과 절대적 을은 없다”며 “모든 사람이 갑과 을의 지위를 공유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치권이 특정 이익집단의 부당한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향후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 대책을 협의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원장은 불산 등 유해 화학물질을 배출한 기업에 대해 해당 사업장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의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이 이해당사자 간 의견 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처리됐다는 재계의 비판에 대해서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신속한 처리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기업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했더라도 시설 개선을 위한 시간을 더 달라거나 정부가 비용 분담을 해 달라는 식의 얘기밖에 안 나왔을 것”이라며 “그렇게 무작정 입법이 늦어지면 그동안 잠재적인 사고 위험은 그냥 국민이 감수하라는 소리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