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신당 창당 수순에 돌입했지만 민주당은 마땅한 대응 카드를 찾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민주당은 안 의원에게 정국 주도권의 선수를 빼았겼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안 의원이 최근 부산과 호남 지역을 파고 들며 세 구축에 나선데 이어 자신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출범을 공식 선언하고 연구진 영입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민주당은 뚜렷한 대응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3일 “안 의원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수혈하는 등 인재 영입경쟁 1라운드에서 민주당이 완패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127명의 국회의원이 1명에 끌려다니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호남 출신 한 중진 의원도 “지금 호남에서는 ‘주민야안(晝民夜安·낮에는 민주당에서 활동하고 밤에는 안 의원 쪽을 기웃거린다는 의미)’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 나온다”며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의 위력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실제 안 의원의 독자 세력화가 가시화되면 ‘양다리’를 걸치려는 인사들도 속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안 의원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야권 분열로 집권 가능성을 약화시키면 새 정치의 희망을 꺾는 결과가 된다”고 비판하며 야권연대를 강조했다.

최근 당직 인선을 마친 김한길 대표가 조만간 당 혁신 드라이브에 본격 나서기로 한 것은 안 의원의 행보를 의식한 조치라는 게 당내 시각이다. 한 당직자는 “과감한 민생 살리기와 경제민주화 입법 등으로 국민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6월 국회에서 각종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결실을 맺도록 해 안 의원과의 비교 우위를 각인시킨다는 방침이다.

정성호 수석원내부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국회에서 민생이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민주당밖에 없다”며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면서 혁신과 입법을 통해 신뢰를 얻는 게 살 길”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