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호남을 찾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을 정면 비판했다. 독자세력화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하면서 민주당과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호남을 두고 민주당과 지역 패권을 건 일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재인 의원과도 각 세워


안 의원은 지난 18일 5·18 기념식에 참석한 데 이어 광주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관성에 젖고 기득권에 물든 기성 정치가 광주 정신을 계승하고 새로운 꽃을 피우기보다 여야 모두 그 열매와 과실을 향유하는 데만 열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우리의 정치적 리더십은 희생과 헌신이라는 고귀한 덕목보다 지역주의, 이념 대립이라는 구도로 경쟁에만 몰두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발언은 형식적으로는 여야 모두를 지칭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민주당을 겨냥한 것으로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안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16일 광주에서 ‘을(乙)을 위한 정당’을 골자로 한 ‘광주선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으로만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해법으로 실천하면서 을의 위치에 있는 분들이 피부에 와 닿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이어 대선캠프 때 활동했던 지역포럼 관계자 150여명과 만나 세력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안 의원의 호남권 지역포럼은 시민포럼, 안심포럼, 새정치실천단, 새정치국민연합 등으로 분화돼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역별 독자세력화 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17일 부산을 찾아서는 “왜 내가 선택받아야 하는지를 설명하기보다 상대가 선택받으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정치는 이제 더 이상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 측이 구사했던 전략을 비판한 것으로 정치권은 받아들이고 있다. 안 의원은 부산에서 지역포럼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영남권 지지세력 규합에 나섰다.

○安은 경쟁자? 동지?

안 의원이 이처럼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나서면서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이 16일 ‘광주 선언’ 발표에 이어 18일 5·18 기념식에 대거 참석한 것은 텃밭 단속에 나섰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안 의원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놓고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민주당은 안 의원을 ‘경쟁적 동지’ 관계로 규정했다. 경쟁을 피하지 않겠지만 여전히 정치를 함께할 파트너라는 상반된 의미를 담고 있다. 협력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지, 경쟁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지 명확하게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최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10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안 의원과의 협력 관계에 대해 다시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12%)이 아직 탄생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 지지율(2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의 ‘마이웨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민주당의 고민을 더하게 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