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파수꾼'에 또 들춰진 세빛둥둥섬
“국민 세금 1390억원을 들인 세빛둥둥섬은 유령 섬이 되어 한강에 표류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앞으로도 지방자치단체들을 계속 감시할 겁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지자체세금낭비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박영수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사진)는 14일 서울 역삼동 변협회관에서 1차 활동결과 발표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8월 출범해 서울시 세빛둥둥섬 사업과 용인 경전철 사업 등 2건을 우선 조사해 온 위원회는 두 사업을 전형적인 재정 낭비 사례로 보고, 이날 오 전 시장과 세빛둥둥섬 사업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의뢰서(진정서)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지자체들의 세금 낭비에 대한 변협 차원의 공식 조사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위원회는 앞으로 태백 오투리조트,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등 다른 사업들로 대상을 넓혀 2차 지자체 감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오 前 서울시장 업무상 배임”

'예산 파수꾼'에 또 들춰진 세빛둥둥섬
위원회는 우선 세빛둥둥섬에 대해 그동안 서울시와 감사원 등이 지적했던 문제 사항을 대부분 수용하며 오 전 시장 등 사업 관계자들이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해 7월 자체 감사 결과를 내놓고 “세빛둥둥섬 조성사업 협약은 원천 무효이며 독소 조항을 수정해 재협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외에 △사업 근거 법령 미비 △설립목적상 민간 수익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SH공사가 사업에 참여한 것 △총사업비 변경 승인 과정의 부적정성 등을 문제로 꼽았다.

박 위원장은 “서울시와 감사원 조사 내용을 법률적으로 검토한 결과 대부분 위법성이 인정돼 업무상 배임 책임을 추궁하게 됐다”며 “다만 위원회 차원의 강제 조사가 어려워 당사자들의 책임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만큼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10년간 7800여억원이 투입된 용인 경전철 사업에 대해서는 주민감사를 청구하고, 감사 결과에 따라 주민소송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이와 함께 국민들이 직접 지자체의 세금 낭비를 감시하고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재정 건전성을 위한 국민소송법’을 이날 입법청원했다. 지자체의 위법한 재정 행위에 대해 국민 누구나 지자체장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사회 위한 적극적 봉사”

변협이 지자체들의 재정 집행에 대해 공식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변협 관계자는 “변호사법에 ‘변호사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한다’고 돼 있는데 그동안 무료법률상담 등 수동적 활동에만 머물렀다”며 “법률전문가 입장에서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적극적 봉사 활동으로서 시작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신영무 변협 회장은 “지자체들이 국민 세금을 자기 돈처럼 무분별하게 쓰는데도 민·형사상 책임 추궁이 되지 않으니 악습이 되풀이됐다”며 “후손들에게 빚더미를 안겨주지 않도록 감시견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변협의 이번 발표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도 “관계자들이 대부분 시 본청 및 산하기관 고위직으로 재직하고 있어 검찰 수사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내부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제기된 문제를 왜 또다시 들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소람/강경민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