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동네 빵집을 운영한 분이 ‘대기업과는 도저히 경쟁할 수 없다. 동네 상권이 다 무너지면 제빵기술을 배우겠다는 사람조차 없어진다’는 겁니다.”

“납품 업체 사장님을 만났는데 백화점이 판촉행사비, 광고비 같은 것을 전부 납품업체에 전가하고 있어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토론회에서 인수위원들에게 한 말이다. 박 당선인은 이 얘기를 전하면서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인수위원들에게 주문했다.

박 당선인의 이 같은 발언은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같은 거창한 구호보다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대책에 초점이 맞춰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른바 ‘손톱 밑 가시 뽑기’가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박 당선인은 또 ‘동반성장 협약’을 대기업뿐 아니라 1차 협력사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동반성장이 대기업과 1차 협력사 간에 주로 이뤄지지만 앞으로는 훨씬 사정이 열악한 2, 3차 협력사로 동반성장의 온기가 확산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박 당선인은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할 때 1차 협력사와 2, 3차 협력사 간의 거래 내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달청 등 공공기관에서 ‘여성 기업’ 제품 구입을 의무화하고 여성 기업 제품에 대한 소액 수의계약 금액 한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새 정부에서 경제민주화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박 당선인의 지적을 반영한 정책을 준비 중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