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첫 총리 인선 결과가 발표된 24일 오후 2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저와 함께 새 정부를 이끌어갈 국무총리 후보자는 현재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신 분”이라고 운을 뗀 순간 삼청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은 잠시 술렁거렸다. 대통합이나 국정장악, 행정경험 등을 인선 원칙으로 가정해 총리 후보자 하마평 기사를 써온 기자들의 예상이 크게 빗나간 것이다. ‘설마…’ 했던 김 위원장을 다시 차기 총리 후보자로 기용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의원은 “등잔 밑이 어두웠다”고 했고,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여러분(기자)보다 30초 먼저 알았다”고 말했다.

결국 김 위원장의 총리 후보자 지명은 박 당선인의 일관된 인사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는 평이다. 당선인 측 관계자도 “박 당선인이 한번 신뢰하면 끝까지 믿고 간다는 ‘신뢰의 정치’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과거 비서실장 인선은 물론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때도 그랬다. 김 총리 후보자 역시 중앙선대위 공동 위원장과 인수위원장에 이어 총리 후보자까지 맡기면서 두터운 신뢰를 입증했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를 합리적으로 이끌어오셨다. 늘 약자편에 서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일각에선 이번 인선이 청문회까지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의 국회 인준 난항 등으로 부담이 커진 당선인이 흠결이 없는 인사를 찾는 과정에서 결국 ‘청렴’ 이미지가 강한 김 위원장을 다시 기용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됐을 당시 야당으로부터 ‘적절한 인사’라는 평을 받았다.

김 총리 후보자는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부터 줄곧 강조한 ‘법치와 원칙이 바로선 사회’를 만드는 데 최우선 과제를 둘 것으로 보인다. 그 역시 “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고 역할이 부여되는 범위 내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또 박 당선인이 약속한 ‘책임총리제’에 맞게 차기 내각 구성시 어떤 형태로든 인사 제청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후보자가 ‘상징형 총리’ 이미지가 강한 반면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말대로 ‘책임총리제’가 제대로 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더구나 실세 경제부총리가 등장할 경우 총리의 존재감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이에 당선인 측 관계자는 “총리는 박 당선인이 강조한 법치사회와 안전을 책임지고, 경제부총리가 경제 전반의 컨트롤타워를 맡는 역할 분담형 구조로 가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와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 최인기 전 의원도 여전히 하마평에 오른다. 당내 의원으로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광림 의원(여의도연구소장), 류성걸 의원 등이 거명된다. 이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TK(대구·경북)이고 친박이기 때문에 안 하는 게 맞다”며 “전에도 내각엔 가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