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3일 "여야가 당초 합의한 대로 특검 추천 문제를 재논의해달라"고 여야 정치권에 촉구한 것은 특검 추천 절차에 대한 문제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날 오후 하금열 대통령 실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특검 추천 재논의를 요구하면서 여야에 특검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상황을 해소해 달라고 주문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최금락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은 회의가 끝난 뒤 발표문을 통해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여야가 협의해서 특검을 추천키로 합의해 놓고도 민주통합당이 일방적으로 특검을 추천해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 추천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인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회의가 끝난 뒤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전해지지 않았으나, 이 대통령의 인식도 청와대 참모들이 내린 결론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결론에는 민주당이 김형태 이광범 변호사 2명을 특검 후보자로 추천한 배경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청와대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진보 성향의 변호사를 특검 후보자로 추천한 것을 놓고 내곡동 사저 특검수사를 `정치 공세의 장(場)'으로 활용해 여권을 코너로 몰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의 원내지도부가 일제히 "민주당이 원만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한 절차를 위반한 것이고, 따라서 특검 추천 자체가 무효"라고 거들고 나선 것도 이런 분석과 맞닿아 있다.

아울러 `여야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특검을 추천했다'는 점을 부각시켜 향후 특검 수사가 편파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미리 단속하려는 전략적 판단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여야가 합의정신을 잘 이행해달라'며 정치권에 공을 넘긴 형국이지만, 여야가 원만한 합의를 거쳐 특검 후보자를 재추천할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민주당은 "특검법에 대통령이 재추천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면서 "특검법대로 3일 이내에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해주길 바란다"고 반박하고 나서는 등 여당과의 협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여야 간 합의가 끝내 불발로 귀결될 경우에는 이 대통령이 민주당 추천 특검 후보자 2명 가운데 1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내곡동 사저 터 특검법'에서 민주당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명시돼있는 만큼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 대통령이 이를 끝까지 거부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최 수석은 "지금 시점에서 여야 합의가 안될 경우를 예단해 말하기는 이르다"면서 "정치권에서 합의를 이행하리라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재추천이든, 무엇이든 합의한 대로 해달라는 것"이라며 "그 이상은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검이 임명되고 나면 당사자인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나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도 변호인 선임을 비롯해 관련 자료 정비 등 특검수사에 대비한 준비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