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의 제명(출당)안이 부결되면서 이를 주도한 신주류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강기갑 대표는 27일 두 의원의 제명안 부결과 관련, “진보정치가 갈 길을 잃었다”며 “국민과 당원에게 또다시 죄를 짓고 말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원내대표의 사퇴 표명에 이어 옛 국민참여당 계열의 강동원 의원은 ‘분당’과 ‘탈당’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당 홈페이지에서 국민참여당 계열 당원들은 집단 탈당 움직임을 보이는 등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김제남 찬성하기로 해놓고…”

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중단 없는 혁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야권연대로 정권교체를 실현하자는 국민과 당원의 뜻이 꺾이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위원회에서 새로운 집행부조차 구성되지 못해 대표의 인사권한은 봉쇄당했고, 혁신을 모두 후퇴시키는 현장발의가 쏟아졌다”며 옛 당권파를 비판했다.

심 원내대표도 “번번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는 “진보당이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거듭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힘으로 국민을 이기려는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옛 당권파에 일침을 가했다.

무효표를 던져 제명안을 부결시킨 김제남 의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옛 국민참여당 출신의 강동원 의원은 김 의원이 지난 23일 의총에서 제명안 가결에 찬성하기로 합의한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김 의원이 마치 제명에 찬성하는 의원들을 안심이라도 시키듯 ‘더는 국민적 요구와 당원에 대한 도리 등을 고려해 제명안을 미룰 수 없다’고 말해 제명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이해하고 투표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한 후 분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 탈당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민주 야권연대 선긋기

두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에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우상호 최고위원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자기 내부의 갈등도 해결하지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국민들 사이의 다양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며 “대선 시간표상 언제까지 진보당 내부 사정만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선경선 후보들도 토론회에서 “야권연대는 진보당이 얼마나 쇄신하고 국민 지지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문재인 후보), “진보당과 연대했으면 좋겠는데, 두 의원에 대해 처리하는 것을 보니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다”(정세균 후보)고 했다.

새누리당은 국회 차원에서 이·김 의원의 의원직 자격 박탈을 위한 자격심사안을 처리하자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김영우 대변인은 “진보당의 제명안 부결은 부정과 불법 경선, 심지어 종북논란까지 안고 가겠다는 제 식구 감싸기의 끝을 보인 것”이라며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그만 국민 기만 야권연대 집착증을 버리라”고 공격했다. 민주당도 대국민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점에서 일단 자격심사안 발의에 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렇지만 자격심사안이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동조가 관건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