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언론 `李雪珠', `李雪主' 혼선
조선중앙통신 중문판은 '李雪主'로

"李雪珠인가, 李雪主인가?"

북한이 25일 밤 전격적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존재를 공개한 후 그녀의 한자 이름 표기를 놓고 중국 언론이 혼선을 빚었다.

관영 신화통신은 2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북한이 김 제1위원장 부인의 이름을 공개했다는 사실을 처음 타전했다.

신화통신은 평양발 기사에서 김 제1위원장 부인의 이름을 '李雪珠'라고 썼다.

그러나 26일 새벽 국영 중국중앙(CC)TV는 역시 평양발로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리설주의 한자가 '李雪主'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중국어판에서 리설주를 '李雪主'라고 표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밤늦게 올린 기사에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원수의 부인'을 '李雪主'라고 적었다.

김 제1위원장 부인의 이름 표기를 놓고 혼선이 빚어진 것은 평양에 상주 특파원을 두고 있는 중국 언론조차도 북한 최고 지도자의 인적 정보 파악이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신화통신 평양 특파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확한 한자를 북한으로부터 확인받지 못한 상황에서 음역한 한자를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 뉴스에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이 나올 때면 중국은 국무원 산하 직속 기구인 신화통신 평양 특파원과 외교 당국이 협의해 인명을 한자 표기 방식을 '결정'한다.

북한으로부터 즉각 해당 인물의 정확한 한자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후 중국의 모든 언론 매체는 신화사가 정해 놓은 표기법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조선중앙통신 중문판의 표기에 따라 일단 김 제1위원장 부인의 한자 이름이 '李雪主'일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중국 언론계에서는 이 또한 100% 신뢰할 수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 중국어판 기사 담당자가 김 제1위원장의 부인 이름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음역해 놓았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언론들은 여전히 일부 북한 인물의 이름을 적을 때 조선중앙통신 중문판과 다른 한자를 쓰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향후 중국과 북한 사이의 인적 교류 과정에서 북한으로부터 정식 통지가 오면 리설주의 정확한 한자 표기가 확인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관영 매체들은 김 제1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정해진 이후 '金正銀'이라고 잘못된 한자 표기를 쓰다가 김 제1위원장이 공식 등극한 이후에야 북한 측으로부터 통보를 받고 제대로 된 '金正恩'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전례가 있다.

한편 중국 언론들은 연합뉴스를 비롯한 한국 언론을 주로 인용해 김 제1위원장의 부인 존재가 처음 공식화됐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