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28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을 치름으로써 홀로서기에 나섰다.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된 후 그는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지만 20대의 어린 지도자가 북한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일단 외형적으로는 당과 군부에 대한 장악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을 최고사령관에 추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노동당 총비서직에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김일성 주석의 항일빨치산 동료로 북한에서 유일하게 인민군 원수 칭호를 가진 이을설을 비롯한 북한 주요 지도자들의 충성맹세도 나왔다. 중국 정부가 김정은 체제를 인정한 만큼 그에게 반대하는 세력이 당장 불만을 표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그의 주변엔 당과 군의 백전노장들이 후견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김정은이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 충성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주민의 마음속에 김정일을 대신하는 ‘영도자’로 자리매김하기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은 후계자 내정 이후 2년 넘게 주민을 상대로 김정은을 뜻하는 ‘발걸음’이라는 노래를 보급하고 우상화 교육을 벌였지만 김정일과 비교하면 상당히 미흡한 편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북한 당국이 내년 ‘강성대국 원년’을 맞아 민심을 다독일 수 있을 정도로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내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무너진 배급제와 물가 폭등 등에 따른 경제난은 주민들의 생활고 심화와 불만 고조로 직결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은 당분간 ‘유훈통치’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일의 유훈이 정책적 지침이 되고 당분간 권력 엘리트들도 김정은을 중심으로 공생을 도모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체제가 당분간 안정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유훈통치가 끝난 뒤 권력엘리트와 주민에게 새 지도자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큰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