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최근 복당한 정동영 의원측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정 의원이 복당하자마자 시민공천배심원제와 단일지도체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표출한 것이 그 시발점이다.

정 의원은 지난 16일 광주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경선방식과 관련, "국민참여경선제가 대중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문제삼았다.

자택으로 기자들을 불러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선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지 하루만에 나온 발언이었다.

현재 별도의 선거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것을 최다득표 최고위원이 당대표가 되는 집단지도체제로 환원시키자는 주장인데, 정 의원은 그 이유로 지도부와 의원들의 소통 부재를 들어 주류 측을 자극했다.

그러자 이번엔 정 대표가 정 의원의 지방선거 역할론에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나서면서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16일 모처럼 기자들과 만난 정 대표는 "다 때가 있는데 배가 고프다고 아침, 점심, 저녁을 한꺼번에 다 먹을 수 없다"며 "바둑에서 수순이 엉클어지면 대마가 죽는다"고 했다.

정 의원을 향해 '지금 나서면 당과 선거에 도움이 안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정 대표는 또 시민공천배심원제에 대해 "새로운 인물 영입을 위해선 이 제도가 유효할 수 있다"고 강조했고, 지도체제 변경론과 관련해선 "지금 대회전을 앞두고 있는데 그런 엉뚱한 토론으로 힘이 합쳐지겠나"라고 반문했다.

한 주류측 인사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 의원이 전당대회 얘기를 꺼낸 것은 너무 성급했다"며 "우리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모신 것인데 당권에 관심이 있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측 인사는 "누구나 미세한 의견차는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갖고 얘기한 게 아닌데 마치 무슨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주류와 비주류가 당내 정책을 놓고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비주류인 이종걸 의원 등이 최근 지방교육자치법 상임위 처리 과정에서 최재성 의원이 당론을 어겼다며 징계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경기지사 경선에 나선 이 의원은 정 의원의 측면 지원을 받고 있고, 386 운동권 출신인 최 의원은 정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