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체류 26시간에 20여개 일정 `강행군'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8,29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0회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하면서 거의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강행군'을 이어간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다보스에 머문 총 26시간 동안 공식일정 16개를 포함해 비공식 일정 등 모두 20여건의 일정을 소화한 것은 물론 틈틈이 국내외 상황을 보고받고 행사 준비를 하느라 `분(分) 단위'로 움직여야 했다는 게 수행한 참모들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오전 일찍 취리히에서 다보스로 이동하는 열차내에서 참모들이 `이번에 일정이 너무 많다"고 보고하자 "기왕에 고생하는 것인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모두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고 한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잠이 모자라지 않느냐'는 한 수행원의 우려에 "나는 원래 하루 4시간 정도 자는데 피곤하다고 해서 6시간을 자면 오히려 더 피곤하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열차 내에서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전문을 받아 숙독하고 북한의 서해상 및 서해 육상지역 포사격 상황 등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대통령은 다보스에서의 1박2일간 10㎡ 안팎의 간이 회견장에서 열린 5건의 양자 정상회담에 참석한 것은 물론 2건의 언론 인터뷰, 3건의 유력 기업대표 면담 등을 위해 이곳저곳을 쉴새없이 옮겨다녔다고 한다.

더욱이 수천명의 유력인사들이 참석한 행사인데다 폭설이 내린 탓에 이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별도로 현지 경찰차량의 에스코트를 받지 못해 `국가정상 차량은 운행중 정지하지 않는다'는 경호수칙이 불가피하게 깨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8일 오후 전경련 주최 `한국의 밤' 행사에서도 참석자들에게 "오늘 하루 이곳에서 일정이 너무 많았다.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고 했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전세계 유력 정.재계 및 언론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강행군에 놀라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째인 지난 29일 오전 열린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도미니크 바튼 매킨지 회장은 "수많은 정상들을 만나봤지만 이 대통령과 같이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는 분은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또 듀폰, 도이체방크, 알카텔, 루슨트테크놀로지 등 이 자리에 참석한 기업의 대표들은 "이 대통령의 다보스 일정을 보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보스 일정이 20개에 달했으나 당초 참석 요청은 40여건에 달했다"면서 "압축적이고 밀도있는 활동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자평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번 다보스 참석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룰 메이커(rule-maker)'로서 의제 설정을 하는 위치에 올라섰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 핵심 참모는 "미국 CNN이 이 대통령의 다보스 활동을 밀착 취재하고 인터뷰를 해서 10분 분량의 특집프로그램으로 방송했는데 이는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