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MJ) 대표는 17일 오후 행정복합도시건설청을 비롯해 대전.충남을 방문, 세종시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현지 여론을 파악했다.

정 대표가 취임 후 충남 공주.연기의 세종시 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충청권 방문은 세종시 건설 계획에 대한 당의 입장을 설명하는 동시에 정부가 대안을 마련하는 데 대해 반발하는 충청권 민심을 달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충남 연기의 행정복합도시건설청에서 건설 현황을 보고받은 데 이어, 대전시당에서 대전.충남 지역 광역 및 기초의회 의장단을 비롯한 지역민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다.

정 대표는 간담회에서 "충청민이 세종시 문제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지 짐작하고도 남는다"면서 "요즘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낼 텐데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종시 계획은 지난 정권에서 결정됐지만 이명박 정부는 본래 취지에 부합되면서도 국가 장기발전계획에 맞게 하려고 노력한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세종시를 만든다는 게 기본적 목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1월에 발표되는 정부 대안에는 충청도민의 훼손된 자존심도 회복하고 국가 장기 계획에도 부합되는 그런 대안이 꼭 나오기를 우리 모두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30여분간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충청민을 우습게 본다", "충청권의 민심이 한나라당을 떠났다", "아무리 좋은 안을 줘도 신뢰하지 않는다", "콩으로 메주를 쑤어도 믿지 않는다"는 등 지역민의 불만이 터져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여러분의 말씀을 다시 읽어보고 대통령께 전달하겠다"며 "충청민이 찬성하면 대안을 받아들이고, 반대하면 어려울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대표는 행정복합도시건설청 보고 자리에서는 "인구 50만 목표의 세종시를 20여년 동안 건설하는 것은 조금 지나치게 긴 느낌"이라며 "총리가 10년을 당기자고 한 만큼 건설청도 이에 맞춰 대안과는 별도로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공기가 당겨질 경우) 초기 단계에 목표 인구의 절반은 와야 한다"며 "세종시에는 도로 말고 지하철보다 건설비용이 덜 드는 경전철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정진철 행복도시건설청장은 이미 투입된 2천800억원의 청사 건축 비용과 관련, "주로 부지매입비이고 현재는 총리실을 위한 청사만 짓고 있어 (다른 용도로) 얼마든지 계획 변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문에는 정의화 세종시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특위 위원인 이사철 전여옥 의원, 조윤선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대전.연기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