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폐연료봉 8000개의 재처리를 끝냈으며 추출된 플루토늄을 핵무기화하는데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고 엊그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최근 북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行步)를 감안할 때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재촉하는 압박용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기는 하다. 북은 이 발표 하루 전에도 북 · 미회담을 갖자며 미국에 '결단'을 요구했는데,유화 제스처와 위험한 핵협박을 병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제 북은 핵을 담보로 한 무리한 협박이나 속셈이 보이는 강온 양면 전술은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을 때가 됐다. 북이 원하는 대로 미국과 양자 협상이든,국제사회가 한결같이 촉구한 6자회담 복귀든 1차 관건은 바로 진정성이다. 핵폐기를 전제로 경제지원과 체제안전 등 북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얻자면 터무니없는 핵위협부터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이 원하는 미국과 양자회담을 위한 환경도 조성될 것이다.

북 · 미 양측은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최근 실무접촉을 이어왔고 일부 성과도 있어 보인다. 북한이 관련국과 다자회담 복귀 전에 미국과 두 차례의 양자회담에 합의했다는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의 보도도 그런 점에서 주목된다. 이런 대화무드가 정식 협상으로 이어지자면 북의 핵포기가 당연히 전제돼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결국 대화의 성사 여부는 북의 선택과 태도에 달렸다. 기존의 벼랑끝 전략도 바꾸어야 하고 위협보다는 건설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 북 · 미 회담도 만남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보상도 오갈 것이며,이 길이 북에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핵문제 해결없이는 남북한 협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괄타결'의 의미를 강조한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북은 한번 더 숙고(熟考)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