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세종시 문제에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를 중심으로 세종시를 수정,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계속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정 총리등 여권이 구상하는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은 현재 계획돼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교육과학비즈니스벨트로 바꾼다는 내용이다. 9개정부 부처가 내려가도록 돼 있는 법을 고쳐 이전부처수를 교육과학기술부 또는 하나를 추가하는 정도로 줄이는 대신 기업과 학교 연구소 등을 유치해 자족기능을 확충하겠다는 게 골자다.

수정안의 내용대로라면 충청도민에 득이 될 수 있다. 당초 계획대로 정부부처만 내려갈 경우 자칫 토,일요일과 밤은 유령도시를 바뀔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표적인 게 호주의 캔버라와 브라질리아다.두곳은 행정수도로 도시를 만들었지만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도시가 완전히 활력을 잃어버린다. 세종시를 이런 도시로 만들어선 안된다는 점에서 자족도시는 올바른 방향으로 보여진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이에 강력히 제동을 걸고 있다. 여권으로선 충청을 설득하는 것도 버거운 터에 내부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나라당내 당을 형성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정면 반발하면 세종시 수정은 쉽지않다는 점을 박 전 대표가 모를리 없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대립각을 각오하지 않았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행보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정 총리가 주도하는 세종시 수정에 정면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세종시 수정움직임을 비판하면서 "당의 존립이 걸린 문제"라고까지 말했다.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돌려보면 세종시가 수정되면 이 대통령과 결별할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는 10월 31일에도 공격을 이어갔다. "정 총리가 의회민주주의 시스템과 국민과의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것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세종시는 저하고 개인적인 약속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약속을 파기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 한 것이다. 그러면서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려면 나에게 할 일이 아니라 국민도 충청도민에게 할 일"이라고 했다. 자신을 만나 설득하겠다는 정 총리의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이런 초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갈라서는 것은 시나리오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 초강수를 두는 이유는 뭘까. 손해볼게 없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원칙주의자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정치를 하면서 줄곧 원칙을 견지해왔다. 이 대통령은 물론 야당과의 갈등관계를 각오하고 원칙주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수시로 말 바꾸기를 하는 다른 정치인과 확실히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대선구도를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다. 대선구도상 영남과 충청을 먹는다면 대권에서 가까워 질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세종시 수정에 불만을 품은 충청도민의 마음을 살 수 있다. 대구 경북은 이미 박 전 대표 편이고 부산 경남도 박 전 대표쪽으로 많이 넘어온 상황이다. 여기서 충청도를 품는다면 대권은 박 전 대표 손에 다가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잠재적인 대선 경쟁자인 정 총리에 상처를 안기겠다는 의도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총리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어느정도 상처를 입었지만 정몽준 대표를 제외하면 당내 마땅한 대항마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세종시 문제 등을 잘 풀어낼 경우 정 총리는 언제든 박 전 대표의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 정 총리가 총리직을 수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때문에 세종시 문제로 정 총리에 타격을 가함으로써 대선주자 부상을 막고 정 총리의 고향인 충청도를 품어 유리한 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생각을 했음직하다.

득만 있는 건 아니다. 실도 있다. 다수의 보수세력은 행정부처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행보는 보수세력의 이탈을 가져올수도 있다. 아울러 박 전 대표의 의도대로 세종시가 원안대로 가지 않고 국민 설득과정을 통해 수정이 된다면 공은 정 총리에 돌아갈 것이고 정 총리는 대선주자로 부상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결국 박 전 대표의 행보는 정치적 득과 실을 당장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의도대로 된다면 박 전 대표에게 힘이 실리겠지만 거꾸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박 전 대표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개연성도 다분하다. 정치는 생물이다. 항상 여지를 두는 게 정치라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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