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민 기조 재확인, 기업에 투자.고용창출 촉구
"세계사 조역서 주연으로..아직 갈 길 멀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정운찬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이른바 `집권 2기' 국정 운영의 방향을 제시했다.

재정, 세제, 노동, 복지, 외교, 대북 정책 등 기본 분야는 물론 내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 4대강 살리기, 선거제 및 행정구역 개편에 이르기까지 국정 전반에 걸쳐 앞으로의 목표와 청사진을 제시하고 협조를 구했다.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지난 8월말과 9월초에 걸쳐 청와대와 내각 진용을 대폭 개편한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명실상부한 `2기 정부'의 향후 운영 계획을 비교적 상세히 담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직접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해서 했던 지난해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과는 분위기와 내용이 사뭇 달랐다.

세계 금융위기가 확산하던 지난해 10월 시정연설은 전대미문의 사태를 극복하자는 호소와 막연한 불안감으로 위기를 부추겨선 안 된다는 당부의 말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금융 위기를 극복했다는 주위의 평가를 근거로 한 자신감이 배어났다.

아울러 이런 평가에 자만하지 말고 더욱 심기일전해 경제 체질을 확실히 개선하고 기업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대폭 창출함으로써 앞으로는 서민들의 실질적 생활이 나아져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세종시 원안수정 문제가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점은 오히려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연설 말미에 "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오해와 갈등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가겠다"고 언급한 부분이 세종시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출구전략은 국제공조 바탕으로" = 이 대통령은 현재의 경기 확장 기조를 세계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기 부양책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다시 회수하는 `출구전략'의 시행 시기를 주요 선진국들과 맞추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
이 대통령은 "출구 전략은 지난 9월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준비는 철저히 하되, 경제회복 기조가 확실시되는 시점에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환자에게는 회복기가 정말 중요하다"면서 "재정의 조기 집행과 공기업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공공 부문이 경기보완적 역할을 계속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부담 공평성 높이겠다" =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친서민 중도실용의 원칙 하에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민.중산층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영세자영업자 회생 지원 ▲저소득 근로자의 소형주택에 대한 `월세소득공제'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또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세제 지원은 지속하되 각종 특례제도의 비과세·감면을 축소함으로써 세부담의 공평성을 높이고 재정 건전성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G20 성공개최 통해 국격 높일것" =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유치에 대해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국제공조를 이끌고 위기 이후 형성될 새로운 국제질서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시정연설을 통해 G8 체제가 G20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우리나라가 주도적 역할을 한 점과 내년 G20 정상회의 유치로 위기 이후 새 경제질서 창출에 영향력을 행사할 호기를 만났다는 점을 또 한 번 강조하고 싶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국제질서의 수용자에서 창출자로, 또 세계 역사의 조연에서 바뀌게 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G20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통해 국가 신인도와 브랜드는 물론 국가 품격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연설 말미에 "내년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된다"면서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투자ㆍ고용창출해달라" = 이 대통령은 국내 기업들에 대해 투자와 고용 창출을 간곡히 당부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 재정을 통한 고용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제는 기업들이 나설 때가 됐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면서 "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보답해달라"고 말했다. 또 "위기 이후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과감하고도 선제적인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아랫목의 온기를 윗목과 나눌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시장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을 제거해나가는 한편, 일회성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반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4대강 살리기' 지원 당부 = 정부의 주요 숙원 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국회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 개조론'까지 언급하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단순한 토목사업이 아니라 지구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친환경 수자원 확보 사업인 동시에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할 `다목적 문화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를 `국토 재창조 사업'으로 명명하면서 "2012년까지 차질없이 추진한다면 수자원 강국으로 도약하고 새로운 국부창출의 기회와 함께 한층 여유롭고 품격높은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 촉구 = 이 대통령은 국회가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더욱 가속화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지방행정체제로의 개편은 이제 지역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새로운 100년을 내다보는 지방행정체제 구축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지역 갈등 해소와 막대한 선거비용 문제를 해결할 선거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초당적 입장에서 국리민복을 위해 생산적 제도로 바꿔달라"고 말했다.

이밖에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코펜하겐 기후변화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12월 초까지 국회에서 통과시켜줄 것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및 부수 동의안의 처리 등에 협조해줄 것도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