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양자대화 가능성 직접 타진 성과
여전한 입장차 확인..향후 北행보 주목

북한과 미국의 대화 재개 움직임 속에서 이뤄진 리 근 북한 미국 국장의 미국 방문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리 국장은 지난 23일 뉴욕에 도착, 이튿날인 24일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성 김 북핵특사와의 비공식 회동, 26-27일 샌디에이고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참석, 30일 뉴욕 북한관련 세미나 참석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리 국장의 일정은 정부간 공식협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비정부기구(NGO)및 학자 등과 함께 하는 이른바 `트랙 투' 포럼을 통해 마련됐기 때문에 "이거다"하는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고, 실제 흘러나오는 얘기도 북.미간 물밑 `탐색전'이 전개됐다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북한이 최근 다양한 유화 제스처를 쓰면서 미국과의 `직거래'를 위한 대화 재개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는 연장선상에서 리 국장의 방미가 성사됐고, 이런 단기적 목표에 초점을 맞춰 미 행정부에 대한 의중탐색이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 리 국장은 뉴욕과 샌디에이고에서 성 김 특사와 비공식 접촉을 통해 꽤 오랫동안 얼굴을 맞댔고, 이 과정에서 북.미 대화 및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문제 등과 관련한 속내를 드러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무부도 두 사람의 접촉을 통해 모종의 진전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듯한 언급을 해, 리 국장의 방미를 계기로 교착상태를 보여온 북.미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되는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30일 리 국장 일행 등과 세미나를 마친 뒤 "북한 측 대표단의 기본적인 대화 태도와 톤, 분위기는 지난해 세미나 때에 비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평가했고, 윈스턴 로드 전 주중대사도 "분위기는 몇 달 동안 우리가 봐온 것보다 훨씬 좋았다"고 가세했다.

리 근 국장 일행의 유연한 태도는 `본국'의 지시를 받아 이뤄지고 있다고 볼 때, 향후 북.미 대화재개에 좋은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과거 보다는 미국이 느끼는 북한의 태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됐을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진전이라면 진전, 성과라면 성과"라면서도 "다만 그것이 당장 북.미 대화 성사를 이끌어낼 실행력을 담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6자회담의 재개 또는 핵사찰 등에 대해서 크게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점도 미국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대화 결과를 토대로 6자회담이든 다른 형태회담이든 다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북한이 복귀해야할 궁극적인 협상테이블은 6자회담이 돼야 한다는 미국 입장과는 여전히 거리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과거처럼 북한에 의해 끌려다니는 협상은 물론 한국, 일본 등 동맹의 입장을 어렵게 하는 선택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자회담의 성과만을 고집하는 북한의 태도를 수용하기 힘든 형편이다.

또한 리 근 국장 일행이 "경제적 신뢰구축 조치가 필요하다"며 협상복귀의 대가로 경제지원 문제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과거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고도 실패했던 전례를 감안할 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결국 리 국장의 이번 방미는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서로의 의지와 조건을 파악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계기를 북.미 양측에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리 국장은 미국시간으로 11월 2일 출국할 예정이어서 일단 북.미간 추가접촉 가능성은 열려있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리 국장이 계속 본국과 접촉을 했을 것이고, 주말과 휴일 시간이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미국측과 추가 접촉을 할 수도 있으나,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리 국장 출국전 추가접촉이 있을 경우 접촉장소는 비자발급 때 리 국장의 행동반경을 제한했기 때문에 뉴욕이 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