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병역비리 문제로 시끄럽다. 잊혀질 만하면 되풀이되는 병역비리는 그 수법도 날로 진화해 이제는 멀쩡한 몸에 칼을 대 군대를 안 가려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으니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끝없이 반복되는 걸까. 그건 바로 근원적 해결책이 단 한 번도 제대로 강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징병검사를 강화하고 비리 관련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정도로는 절대로 병역비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병역비리의 근원적 원인은 그럼 뭘까.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에서 남자로 태어나 군대를 가지 않을 경우 누릴 수 있는 혜택과 이점이 너무나도 크고 매력적인 데다 심지어 일부는 평생 지속되기까지 한다는 데 있다. 병역에 따른 기회비용이 너무나도 크다는 얘기다.

평범한 대졸 남성의 경우를 보자.어떤 이유에서든 군 면제를 받았다면 그는 군대 간 친구들에 비해 몇 년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고 결혼도 더 일찍 할 수 있다. 군에 입대한 사람들에 비해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에서 이미 몇 년 앞서가게 되는 셈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입사 연도에 따라 철저하게 선후배가 갈리는 직장에서 차이는 더하다. 단지 입사가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군대를 다녀와 자신과 동갑이거나 심지어 나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거의 평생 선배 대접을 받으며 살 수도 있다.

연예인이나 직업 스포츠 선수의 경우는 말 할 것도 없다. 이들은 한창 잘나가는 젊은 시절 군대를 안 갈 수만 있다면 몇 년 사이에 평생 먹고 살 만한 부를 모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기도 몇 년 더 이어갈 수 있다. 프로 스포츠 선수도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 한창일 때 평생 수입의 대부분을 벌어야 하는 이들에게 군입대는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상당수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군면제는 이처럼 그 효과가 거의 평생 지속되는,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가능하기만 하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군대를 안 가려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제 해답은 자명하다. 병역비리를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군면제자가 거의 평생 누릴 수 있는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공익근무요원처럼 일정 시간에 출퇴근을 하면서 공공서비스 등에 봉사하도록 하고 보수는 현역병과 똑같은 수준에서 지급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공익근무요원과 군면제자 간 구별도 별 필요 없어진다. 대신 이들에 대한 근태 관리는 지금의 공익요원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해 퇴근 후 학업이나 다른 영리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해야만 한다.

물론 이런 방식을 택하려면 상당한 행정력과 예산이 들어가고 신체부자유자 등에 대한 예외조치 등 시행에 많은 어려움도 따를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실현 불가능한 대안이라며 반대하고 나설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아니고는 고질적 병역비리를 해소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국민개병제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군 복무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은 어찌 보면 국가 전체의 효율적 인력관리보다 더 중요한 문제이며 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일과 직결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어정쩡한 대책으로는 결코 문제해결이 안 된다. 이젠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