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에 안잡히는 '스텔스 군복' 나왔다
대구 서구 비산동에 있는 중소 섬유업체 삼일염직 공장.화학염료 특유의 냄새가 가득한 공장에 들어서니 폭 2m 천에 얼룩무늬 색을 입히는 날염(print) 작업이 한창이다. 60만 군인들이 입고 있는 군복 원단의 상당수가 이곳의 염색 · 날염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삼일염직은 원사 · 직물 · 염색 등 공정별 대 · 중소 섬유업체 공동 개발 사업인 '스트림(stream) 간 협력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독자적인 날염 기술을 개발,차세대 군복으로 꼽히는 '스텔스(stealth) 군복'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 측은 이 군복이 보급될 경우 국방력 증가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야간 위장 가능한 '스텔스 군복' 개발

스텔스 군복은 기술 지원을 맡은 한국염색기술연구소를 비롯해 효성 삼일염직 삼성교역 원영T&B 삼성염직 두린텍 등 7개사가 손잡고 개발했다. 이들은 18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2007년 컨소시엄을 구성,공정별 역할 분담에 나섰다.

원사 개발에 성공한 것은 효성.2007년 10월 개발한 고강도 나일론 소재의 이 원사(robic)는 면 폴리에스터 등으로 만든 기존 군복보다 훨씬 질길 뿐만 아니라 야간 위장이 되지 않는 군용 텐트 등 군장구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도현 한국염색기술연구소 팀장은 "군장구류용 나일론 소재는 해외 업체에서 독점 생산하고 있어 수입 대체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삼일염직이 야간에도 적외선 카메라에 노출되지 않는 특수 날염 기술을 개발한 것은 지난해 3월.삼일염직은 그동안 100여가지가 넘는 염료를 배합하는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야간 위장 효과가 탁월한 '적외선 반사율(IR)'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방기밀에도 속하는 이 기술은 회사 내에서도 단 2명만 알고 있을 정도로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삼일염직은 기존 군복의 단조로운 얼룩무늬도 조밀한 사각형 모양의 디지털 무늬로 변형해 위장 기능을 강화시켰다. 이 군복은 현재 특전사에서 시범 테스트를 하고 있다. 서재일 삼일염직 부장은 "면과 폴리에스터 원단을 사용하는 얼룩무늬 군복도 야간 위장이 가능하지만 나일론 소재의 군복지에 적용되는 날염 기술은 이번에 처음 개발한 것이어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스트림 간 협력 통해 신소재 개발 활발

스트림 간 협력사업은 일본 섬유업체 도레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2007년 시작됐다. 정부도 매년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지원 규모는 300억원.이 사업을 통해 지난 2년간 473건의 개발 시제품이 출시됐으며 187건의 사업화에 성공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스트림 간 협력사업을 통해 내년에는 5045억원 규모의 수입 대체 효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텔스 군복의 특수 코팅 기술을 담당했던 원영T&B의 이인종 상무는 "중소 섬유업체들은 대부분 연구 · 개발 인력과 자금력이 달려 단독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기는 어렵다"며 "스트림 간 협력사업으로 신기술 개발이 가능해져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수 섬유산업연합회 홍보팀장은 "첨단 기술섬유 개발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보다 많은 예산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