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양자대화 의사를 밝힘으로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또 한 번의 승리를 거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밝혔다.

신문은 이날 '김, 또 한 번 승리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11일 북핵 6자회담을 구하기 위해 북한과 양자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외교를 살리려고 자신의 외교를 스스로 훼손한 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에 (악수하려고) 편 손을 내밀었지만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실험 강행, 우라늄 농축 인정에 이어 6자회담을 거부하고 올해 말에 또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있다며 이는 미국에 주먹을 날리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저널은 이어 '같은 말(馬)을 두번 사지 않겠다(게이츠 국방장관)', '위반에는 응징이 따라야 한다(오바마 대통령)' 등 미 정부가 한 말들을 고려하면 북한이 오래 요구해온 양자대화에는 응하지 않는 것이 훨씬 당연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널은 P.J. 크롤리 국무부 대변인이 "양자대화를 통해 6자회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안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했다면서 양자대화를 하지 않아야 할 4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는 양자대화가 6자회담의 즉각적인 재개가 아니라 죽음을 가져올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양자대화로 인해 미국이 동북아의 우방, 특히 한국, 일본과 구축한 연합전선을 심각하게 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북한이 적들을 분열시켜 개별적으로 타협하게 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넷째는 미-북 양자대화가 아들에게 권력 세습을 준비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내부 지배력을 강화시켜준다는 것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저널은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부 표어는 '현명한 힘'이라며 "이것이 현명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