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민주당 등 야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1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진보개혁입법연대(대표 조승수 권영길 이종걸 유원일 의원)가 주최한 강연에서다. 최 교수는 이날 '한국사회와 진보개혁진영의 과제'라는 주제로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누가 계승할 것인지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앞선 정부의 잘잘못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향후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는 논의는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대안 없는 공격'이라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이날 지난 10년간 민주정부에 대한 불만족이 보수적인 양당체제로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2006년 재보궐선거 이후 수도권에서 보수적인 투표성향이 고착화되고 있는데 이는 대안 없는 진보개혁세력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

그는 진보개혁세력에 정책의 구체성,민생에 뿌리를 둔 정당정책,노동 있는 민주주의 등을 주문했다. 최 교수는 "현재 민주개혁진영의 이명박 정부 비판은 민주 대 반민주,냉전수구 대 민주평화세력처럼 이분법적인 시각"이라며 "유연한 사고와 함께 민주개혁진영이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개혁진영은 보수정권은 보수정책으로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서민 민생정책을 펴는 것도 가능하듯이 진보진영이 정치적 대안을 찾는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세력 연대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민주 대연합론에 갇히기보다는 포괄적인 야당으로서의 연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양당체제라고 해서 반드시 두개의 당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여러 당으로 구성된 야당블록을 생각할 수 있고 여기서 진보개혁세력의 역할이 커지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고민이 없는 정책개발은 권위주의적 온정주의를 지속하는 것 이상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에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를 비롯해 장세환 이종걸 오제세 조승수 유원일 의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