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상과 주요 정치인들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인권과 민주주의의 용기있는 옹호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슬픔에 젖었다는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은 한국에 역동적인 민주주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정치적 운동을 목숨 걸고 조직하고 이끌었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한 그의 지칠줄 모르는 노력과 자유를 위한 개인적인 희생은 영감을 주고 있고,결코 잊혀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조전을 보내 "김 전 대통령은 격동의 시기에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아시아 금융위기 시에는 한국의 빠른 경제회복을 위해 국내외적으로 평생을 헌신하신 분"이라며 애석해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김 전 대통령이 "중국 국민의 가까운 친구였다"고 애도했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의 업적에 깊은 존경심을 표한다"고 말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는 "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업적을 남겼으며 한 · 일 양국의 외교관계 개선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추모했다.

주요 외신들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주요 뉴스로 긴급 타전했다. 외신들은 김 전 대통령이 한국과 아시아 민주화를 상징하는 큰 인물로 재임 중 남북 간 긴장완화에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터넷판 톱 기사로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전하며 "서방에서 '아시아의 넬슨 만델라'로 불렸던 김 전 대통령은 남북 간에 전례 없는 데탕트를 일궈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김 전 대통령은 동아시아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며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결코 아시아의 민주주의 뿌리는 약하지 않다'고 반박한 뒤 이를 실제로 증명한 열정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정치가였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도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긴급뉴스로 다뤘다. 중국 인터넷 매체인 중국망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장을 연 희망의 정치인"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김 전 대통령이 1973년 한국 중앙정보부에 의해 도쿄의 한 호텔에서 납치돼 한국으로 끌려갔던 '김대중 납치사건'과 대통령 재임 중 2002년 한 · 일 공동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점 등을 부각시키면서 일본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NHK는 고교야구 중계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뉴스로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상세히 보도했다.

김동욱 기자/워싱턴=김홍열/베이징=조주현/도쿄=차병석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