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5일 대화를 통한 민생현안 논의를 뒷전으로 한 채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따른 정치공방과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선언하며 거리의 정치를 재개했고, 한나라당은 "또 가출정치냐"며 민주당을 비판하면서도 여야 대화보다는 당.정.청 쇄신을 통한 국면전환 드라이브를 본격화하기로 하는 등 서로 제갈길만을 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는 언제든지 필요한 국회 상임위를 소집해 산적한 민생현안을 논의할 수 있지만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의지부족과 제1야당인 민주당의 장외투쟁 방침이 맞물리면서 `반쪽 상임위'가 되거나 형식적인 상임위 논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또 민심수렴을 명분으로 내걸고 각각 지역 민생탐방, 전국순회 시국대회 일정을 내놓았지만, 이 또한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고 여론전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한나라당은 27일 의원총회를 열어 하계 민생대책을 논의하며, 예결특위 차원의 민생반 가동, 기획재정위.국토해양위.지식경제위 소속 의원들의 현장방문 등을 통해 지역 민생문제와 여론을 청취한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전국을 돌면서 시국대회를 개최하고 `국민속으로, 언론악법폐기 100일 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거리홍보전, 1천만명 서명운동 등을 전개한다.

여야 대표도 선명성 경쟁에 앞장섰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금주 기업형 슈퍼마켓(SSM) 문제와 관련,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등 8월 한 달을 민생일정에 주력하고,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남북문제와 관련한 방미 일정을 추진했으나 이를 취소한 채 언론악법 폐기 투쟁의 선봉에 설 예정이다.

여야 모두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댈 생각은 없고 9월 정기국회까지는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여야 의원들은 8월 정치 하한기를 앞두고 의원외교 차원의 해외방문 일정을 준비 중이다.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선진국 낙농.화훼산업 현장시찰을 목적으로 내달 23-30일 네덜란드와 스페인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농식품위 관계자는 "이미 5월에 추진됐던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누가 갈지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식경제위도 8월 중순께 3-4명 규모의 의원외교단을 구성, 원자력발전소 현황 시찰을 위해 유럽 방문을 추진 중이지만 최종 일정을 확정짓지는 못했다.

또 한나라당 소속 의원 20여명은 2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백두산을 방문하고, 일부 여야 의원은 의원외교 차원에서 27일부터 일주일간 세르비아, 알바니아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하지만 해외출장을 준비 중인 여야 의원들은 여론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유럽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한 의원은 "의원외교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그동안 국회가 폭력국회, 정치실종의 모습만 보여줬던 터라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강병철 기자 jamin74@yna.co.kr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