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400억달러 규모의 대(對)북한 원조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가 마련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1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한국 정부 관리들은 북한에 당근책으로 제시될 이 기금이 아시아개발은행, 세계은행과 각국 정부의 투자로 조성될 것이라고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에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기금으로 북한에 5개의 자유무역지대를 만들고, 연 생산 300만달러 규모의 수출기업 100개를 육성한다.

국제사회는 또 북한에 철도, 도로, 통신망을 건설하고, 30만명의 산업인력을 훈련하는 것을 지원하고, 산림녹화사업도 실시된다.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안전 보장과 외교관계 복원의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골드만 삭스에 말했다.

한국 정부 관리들은 이 같은 지원이 출발점이 될 것이며,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개국과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을 방문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8일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한 "포괄적인 패키지"를 제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그러나 한국 측의 400억달러 원조 기금 방안에 미국이 합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며,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위한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골드만 삭스에 북한 문제를 브리핑한 위 본부장과 한국 정부 고위 관리들은 북한이 적대적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있으며, 회담장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확실한 신호가 있다고 말해 한반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애썼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북한이 미얀마로 무기를 싣고 간다는 의혹을 산 배를 회항시킨 것은 고무적이며, 북한이 개성공단의 임금과 임대료 논의에서 훨씬 합리적으로 바뀌었다고 정부 관리들은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