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회 `올스톱'..제헌절 행사 차질 우려
한.민, 당리당략 사로잡혀 `네탓 공방'만 가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상 초유의 동시 점거농성을 벌이면서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가 '가사'(假死) 상태에 빠졌다.

양당은 전날 낮 본회의 산회 직후 상대 당의 의장석 점거를 저지하기 위한 농성전에 돌입한 이후 이틀째인 이날도 본회의장 점거를 계속 이어갔다.

여야는 쟁점법안 처리, 의사일정을 놓고 상호 극심한 불신 속에 회기 마지막날(25일)까지 본회의장 동반 점거농성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61주년 제헌절을 하루 앞두고 여야 의원들의 본회의장 점거 농성으로 본청 중앙홀 앞에서 열릴 예정인 제헌절 행사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전날 오찬 회동에 이어 이날도 물밑접촉을 벌일 예정이지만, 미디어법 처리와 의사일정을 놓고 현격한 이견을 보이고 이어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는 또 이날 기획재정위, 정무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전체회의를 열어 계류법안 등을 심의하려 했지만, 야당의 불참과 회의장 앞 연좌농성으로 공전을 거듭했다.

특히 미디어법 논의를 위해 소집된 문방위의 경우 민주당이 한나라당 단독처리 가능성에 대비, 회의장 봉쇄에 나서면서 지난 12일 등원 결정 이후 나흘째 파행을 이어갔다.

이처럼 여야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는 데 대해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본회의장 퇴거'를 공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내일이 제61주년 제헌절인데 제1, 2 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야 원내대표에게 `퇴거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는 이날도 최고위원회의와 고위정책회의, 의원총회를 열고 본회의장 점거 사태에 대해 상대 당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했다.

한나라당 안 원내대표는 "우리는 법안이 정상적으로 표결처리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고, 민주당 이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용단을 내려야 파국을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간 극한 대립 속에 `저질 코미디 국회', `금치산 국회'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국회해산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평화방송에 출연, "과거에도 야당이 극렬 투쟁하면서 의장 단상을 점거한 일이 있지만 여야가 동시에 본회의장을 점거한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려야 하는 게 국회다.

국회가 자꾸 이렇게 되면 정치 불신으로 이어진다"며 "보수와 진보를 떠나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의회감시 운동을 철저히 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은 "의원직을 계속 해야 하는 지 깊은 고민이 들 정도로 자괴감이 든다"면서 "국민이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 지 모골이 송연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