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세제개편의 기본 원칙으로 '서민 우선'을 제시했다. 지금껏 여당을 괴롭혀온 '부자감세'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앞으로 치를 모든 선거에서 판판이 질 수밖에 없다(기획재정위 소속 A의원)"는 고민이 짙게 깔려 있다. 하지만 전체 근로자의 48%는 이미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고 있어서(면세점 이하) 정부 여당이 아무리 궁리해봐야 조세정책으로 서민층에 '선물'을 주는 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도 확대재정 불가피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전방위적인 감세를 내걸었던 한나라당과 정부가 '어디선가는 더 걷어야 한다'는 쪽으로 조세정책의 방향을 틀어 잡은 건 돈 나올 구멍은 없는데 쓸 곳은 많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각 부처로부터 내년도 소요예산을 받아보았는데 상당수 부처에서 예산 요구가 늘어나 전체적으로 올해에 비해 4% 이상 증가했다"며 "또 당분간 경제회복 때까지 재정의 적극적 역할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확대재정은 불가피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재정건전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김 의장은 "지금대로라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30%대였던 국가채무가 50%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예산을 국채 발행만으로 커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도저도 어렵다면 결국은 감세 드라이브를 멈추고 누군가에게 세부담을 더 지우는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우선 정책적 목적에 따라 받지 않거나 깎아주던 세금(비과세 감면)을 다시 걷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단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80여가지 비과세 감면이 1차 정비 대상이다.

◆세부담 귀착점만 본다?

한나라당이 정한 대원칙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깎아준 부분만 다시 걷겠다는 것이다. 김광림 제3정조위원장(기획재정위 정무위 소관)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민,중소기업,자영업자 이렇게 세 계층에 돌아가는 세제 혜택은 어떤 경우에도 줄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김 의장 역시 "서민층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의 담배세와 주류세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적 효과를 여러 가지로 살펴 보지 않고 무턱대고 '누가 내는 거냐'만 따져서 세금을 줄이고 늘리는 건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는 결국 민간 소비를 위축시켜 서민만 피곤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