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민생 현안인 비정규직보호법 협상이 여야간 의견 대립으로 끝내 시한을 넘겼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 모임 등 세 교섭단체는 30일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를 놓고 마지막 담판을 벌였으나 핵심 쟁점인 법시행 유예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 최종결렬을 선언했다.

여야가 협상 시한인 이날 자정까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함에 따라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현행 비정규직법이 7월1일 예정대로 시행되면서 고용시장 불안과 함께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량해고 사태가 우려된다.

일단 여야는 이날 시한을 넘기고도 협상은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당수 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와의 계약해지에 나설 움직임이어서 실업 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가 서민과 빈곤층의 생계 문제를 놓고 의회정치의 근간인 대화와 타협 대신 당파적 이해관계에 몰두, 민생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비판과 함께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서로에게 협상 결렬의 책임을 돌리는 한편 당 차원의 여론전에 돌입할 방침이어서 비정규직법 개정을 둘러싼 대치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잘못된 법 때문에 해고되는 사람은 없도록 노력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며 "해고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불행보다 명분이나 당략을 앞세우는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고 민주당의 협상 태도를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비록 법 시행을 막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라도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방법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법 시행 전에 100만 해고대란설을 운운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안으로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는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한 "노동부는 법시행에 맞춰 이미 확보한 정규직 전환 예산 1천185억원의 집행 준비도 차질 없이 해야할 것"이라며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결국 시한을 넘겨버렸다.

이 사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정치권의 무력함에 할 말이 없다"고 유감을 표시하고, 1일 국민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여야의 대타협을 촉구할 방침임을 밝혔다.

앞서 한나라당은 협상 결렬에 대비해 김 의장에게 한나라당 개정안의 직권상정을 촉구했고, 민주당은 직권상정과 여당의 단독 처리를 막기 위해 이날 오후 1시부터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중앙홀을 점거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일각에선 시한을 넘긴 여야의 추후 협상에서 끝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김 의장이 미디어법과 함께 비정규직법을 직권상정으로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나서 주목된다.

하지만 앞으로 현행 비정규직법 시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개정안이 처리되더라도 이미 해고된 근로자를 법적으로 구제할 방법이 없어 해고 확산과 고용불안이 심화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