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6월국회의 문을 열었지만 여야는 29일 시작된 상임위 활동에서 단 한 건의 법안도 논의하지 못했다. 미디어법 처리 문제로 시끄러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등 일부 상임위는 민주당의 실력저지에 막혔고,나머지도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일부 의원들만으로 '반쪽 상임위'에 그치는 등 파행으로 끝났다.

미디어법을 놓고 전운이 감돌던 문방위에서는 끝내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개의 예정시간(오전 10시)에 앞서 문방위 회의실에 모여든 민주당 의원 및 보좌진들은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의 "위치로" 구령에 맞춰 의자 등으로 회의장 입구를 봉쇄했다. 회의장 입장이 막힌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디어법이 아닌 비쟁점법안 심의를 위한 상임위 개최"라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미디어법 철회'를 약속하지 않으면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버텨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았다. 한때 여야 의원들 간 고성과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 간사 나경원 의원은 "국회 정상화의 첫 단추인 오늘 회의를 못 열게 하는 것은 국회를 전면 금지하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문방위를 제외한 다른 상임위의 경우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정상적으로 법안 심사를 진행할 여건은 못 됐다. 모든 상임위가 오전 10시 개의시간을 지키지 않았고 개의되더라도 민주당의 불참 속에 진행됐다. 다만 이날 오전 자유선진당이 등원 입장을 밝히면서 일부 상임위에 들어왔고,친박연대와 무소속 의원 일부도 참석했다. 지식경제위에는 유일하게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했으나 법안 심의 없이 10~20분가량 소속 의원들의 발언만 듣고 산회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파행에 대해 민주당을 강력 비난하고 조속한 등원을 촉구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명분없이 정치파업을 한 달째 계속하고 있는데 공당으로서 양심이 있다면 최소한 상임위에는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도 물러서지 않고 더욱 전의를 다졌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책임있는 자세로 결단해야 비정규직법 문제가 타결되며 5대 요구사항에 대한 대답이 있어야 국회가 정상화된다"며 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한편 선진당이 이날 등원하면서 한나라당은 '단독 국회'라는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류근찬 선진당 원내대표는 "한 달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국회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선진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차기현/민지혜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