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을 중심으로 전운이 짙게 깔리고 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단독 임시국회 개회에 반발, 물리적 저지 수순에 돌입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 연말연초, 2월 임시국회에 이은 세번째 입법대치의 서막인 셈이다.

아직도 여야는 협상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단독 개회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민주당을 향해 `국회로 돌아오라'는 주문을 되풀이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강경파 초.재선 의원 18명의 중앙홀 점거농성을 시작으로 일전을 벼르고 있다.

다만 한나라당 김정훈, 민주당 우윤근 원내 수석부대표를 창구로 한 물밑대화는 이어지고 있고, 26일 회기 시작과 함께 본격화 될 국회 파국을 막기 위한 여야간 조율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신문.방송 겸영 일정기간 유예 등 미디어법의 핵심 쟁점을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미디어법 타결을 위한 갈 길이 멀고 민주당이 내세운 `5대 선결조건'도 협상이 지난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나라당 = 전날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한 한나라당은 24일 민주당의 후속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내주부터 본격화될 3차 입법대치를 앞둔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일단 한나라당은 단독 개회의 정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청와대 거수기', `거대여당의 횡포' 등 거센 비난 속에서 열릴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단독 국회 소집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민주당 책임론을 거듭 내놨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는 여권 쇄신론으로 인한 당의 분열을 극복하고 결속을 다지는 분위기였다.

박희태 대표는 "우리가 국회 소집을 요구한 것은 대화의 창문을 닫겠다는 게 아니다"며 "민주당도 국민이 외면하는 짜증스러운 장외투쟁을 거두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소수폭력과 국회 점거농성을 상습적으로 하는 비민주적 정당"이라며 "한나라당은 국민의 안위와 민생을 위해서라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홍사덕 의원은 "국회 긴급 소집에 찬성한다"고 가세했고, 김영선 의원은 "국회의원,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을 하는 게 공당의 태도"라며 지도부의 결단에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26일 회기 시작에 이어 29일 전 상임위 소집 등을 통해 비정규직법, 미디어법, 금융지주회사법, 공무원연금법 등 이른바 `긴급 민생법안'의 처리 수순을 밟아갈 예정이다.

또한 단독으로 국회를 열었지만 국회를 어떻게 운영해 갈지에 대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일각의 비난을 의식, 입법대치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치밀한 전략 마련에도 착수했다.

다만 한나라당내에서는 이번 국회 회기중 비정규직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은 처리하되 미디어법의 경우 다소 융통성을 두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원안을 강행 처리할 생각은 없다"며 미디어법 핵심 쟁점에 대한 조정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의 `5대 선결조건'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는 반면 미디어법에 대해서는 유화책을 내세움으로써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단독국회에 `사즉생'의 각오로 맞선다는 결의를 다지며 실력저지 수순에 들어갔다.

이미 전날 강경파 초재선 의원 18명은 본회의장 앞 중앙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이 개회식 이후 상임위 소집 등으로 압박수위를 높일 경우 당 차원의 중앙홀 점거농성, 상임위.본회의장 점거 등 단계별로 맞대응한다는 것이 지도부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법안인 미디어법과 관련해선 당내 온건파 의원들도 대부분 실력저지가 불가피한 법안으로 이해하고 있을 정도로 현재 당 분위기가 강경하다.

일각에선 삭발과 단식, 장외투쟁은 물론 의원직 사퇴 등 배수의 진을 쳐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고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단독국회를 밀어붙이는 여권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상황의 진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다양한 대여 카드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지난 2004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여당의 `4대 개혁입법'에 강하게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한나라당 당보를 공개하며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송 최고위원은 "당시 한나라당은 우리가 추진한 `4대 개혁입법'을 갖고 53일간 장외투쟁하면서 국회를 무력화시켰다"면서 "이제와서 일방국회 만들고 언론관계법 을 통과시키려 하니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온건파 재선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촛불시위 때와는 경우가 다르다"며 "현재로서는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지도부의 대처 방식이 옳다"고 말했다.

다만 원내 지도부는 강경기류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대여협상의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파행에 대한 향후 책임 소재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 차원의 본격적인 실력행사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도 이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고, 탄력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강병철 기자 kbeomh@yna.co.kr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