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국회가 정쟁에 묻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끝나자마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정부책임론을 들고나오는 등 정치쟁점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 사과와 사법부 핵심라인의 파면 등 민주당의 요구는 여권이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어서 여야간 충돌이 예상된다. 국회가 개원하더라도 쟁점 법안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독선적 국정운영으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 정권이 전직 대통령을 제물로 삼았다"며 조문 정국 이후 처음으로 정권책임론을 제기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치보복이 부른 억울한 죽음'으로 규정한 것이다. 정 대표는 "고향에서 책 읽고 농사짓겠다는 전직 대통령마저 권력유지를 위해 가만두지 않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기조 전환,법무부 장관 · 검찰총장 · 중수부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정 대표는 이러한 요구를 6월 임시국회 일정과 연계할지 여부에 대해 "이명박 정권에게 요구한 이 문제들은 꼭 관철돼야 한다"며 "국회를 통해 따질 것은 따지고 밝힐 것은 밝히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8일 국회 개원에는 응하겠지만 책임론에 화답이 없을 경우 미디어법 비정규직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쟁점 법안에 일절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 일부에서는 최악의 경우 장외투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고인의 유지가 화합과 국민통합을 이뤄달라는 취지인데 삼우제도 안 끝난 상황에서 정치 공세로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이는 고인의 뜻과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던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공세에 나서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핵심 참모는 "노 전 대통령의 탈당을 압박했던 사람들이 상황이 바뀌었다고 조문 정치를 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율배반적이고 정략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경제가 어렵고 북핵 사태까지 겹친 상황에서 정치적 이유로 국정을 흔드는 것은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모든 문제를 국회로 가져와서 국회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6월 국회 정상화를 강조했다. 민주당이 제기한 책임론을 비롯 모든 사안을 오는 8일 국회를 개원한 후 논의하자는 것이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MB악법 철회를 요구하는 데 미디어법안은 3당 원내대표들이 국민들에게 6월 국회서 처리키로 약속한 것이니 존중해주리라 본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여야 대결국면 타개를 위해 조만간 3당 신임 원내대표단 회동을 청와대에 건의할 계획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