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발길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조문객 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에서는 3일만에 40만명이 넘는 조문객이 찾으면서 준비한 각종 장례물품 물량이 금방 동나고 있다.

◇기록적인 추모행렬 = 서거 3일째인 25일 하루에만 뙤약볕 속에 20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빈소를 찾는 등 26일 오전 현재 45만 명 이상이 봉하마을에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

불편한 교통여건에다 평일임에도 전국 각지에서 꾸준히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어 26일 자정까지 조문객 수가 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올해 초 고 김수환 추기경 서거 당시 명동성당을 찾은 40여만명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역대 조문객이 많이 찾은 장례식으로는 93년 열반한 성철 스님의 장례를 들 수 있다.

영결식에만 10만 명이 참여한 것을 비롯해 장례기간 조문객이 수십만 명에 달했다.

이후 3주간 진행된 사리친견법회에는 40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949년 6월 서거한 김구 임시정부 주석의 국민장 때 추모인파는 100만여명, 1979년 첫 국장으로 치러진 박정희 대통령 서거 때 추모인파는 200만명에 달했다.

그 밖에 국민장으로 치러진 김성수 전 부통령의 장례식에도 전국 각지에서 100만여 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추모열기로 볼 때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과 전국의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 수는 200만명을 넘어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게 장례준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29일 오전 경복궁에서 열릴 영결식에도 수많은 추모객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례위원회측은 장례위원을 마을 대표와 지인 등을 포함해 1천명 이상으로 구성할 계획인데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장례 물품 동나 =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조문객이 쇄도하면서 장례위원회와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장례 물품도 동나기 일쑤다.

서거 이틀째 2만 명분의 국밥을 준비했던 장례위원회와 자원봉사자들은 26일부터 5만 명분으로 늘렸으나 이 조차도 금방 바닥을 드러내자 컵라면과 빵, 우유를 대신 나눠주기도 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솥 하나에 120명분의 국을 끓이는 데 식사시간대에는 시간당 3천 그릇 이상 나가기 때문에 금방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지지자들이 준비한 '근조(謹弔)' 리본 60만 개도 25일에 이미 동나 새로 주문한 상태다.

조문객이 영전에 바치는 조화(弔花)도 20만 개를 넘었다고 한다.

장례위원회 측은 구입하거나 기증받은 조화로도 몰려드는 조문객을 감당하지 못하자 사용했던 조화를 재활용하고 있다.

빈소 앞에서 국화를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는 "방문객이 예상보다 많아 조화가 많이 필요로 한데 꽃을 구할 데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생전 전하지 못한 말을 남기려 방명록 기록대에도 인파들도 길게 늘어서면서 이미 6만 명 이상이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는 글을 남겼다.

(김해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p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