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24일 전국 각지에 차려지면서 고인을 애도하는 조문객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공식 분향소가 설치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는 오후 장대비가 쏟아져 슬픔을 더했다.

◆…봉하마을에서는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공식 분향소 설치와 함께 전날 마련한 임시 분향소는 철거됐다. 이해찬 · 한명숙 전 총리가 영정을 옮기고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술을 따른 뒤 절을 올렸으며 이 전 총리가 참여정부 인사를 대표해 헌화한 뒤 일반인들의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는 24일 새벽 봉하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노 전 대통령의 사저와 빈소를 찾았다. 5개월 20여일 만에 구속 집행정지로 풀려난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거나 간간이 사저에 들렀을 뿐 취재진의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23일 저녁부터 전국 각지에서 조문객이 몰려 봉하마을의 조문 행렬은 한때 4㎞가 넘게 이어졌다. 봉하마을 50여가구는 조기를 내걸었으며, 마을회관 스피커에서는 '솔아 솔아 푸른 솔아' 등 추모곡이 흘러나왔다. 장례준비위원회는 추모객의 수가 계속 늘어나자 한꺼번에 40여명씩,1분에 80명 이상이 헌화를 하도록 했지만 행렬은 줄어들지 않았다.

조문객들은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부엉이바위'를 바라보며 "저곳에서 뛰어내리다니…"라며 탄식했고,일부 조문객들은 실신하기도 했다. 밤이 되자 조문객들이 켜놓은 촛불로 봉하마을은 엄숙함이 더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손학규 전 경기지사,김근태 전 의원 등 정 · 관계 인사들과 소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작가,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등 문화 · 종교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박지원 의원은 민주당 소속 의원 61명이 서명한 노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 원본을 영전에 바치며 "생전에 민주당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왔는데 이제 필요 없게 됐다"고 탄식했다.

합천 해인사 성각 주지 스님 등 350여명의 스님들은 단체로 빈소 앞에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독경을 했다. 불교계에서는 25일 통도사,26일 쌍계사,27일 범어사 등 주요 사찰 스님들이 릴레이 독경을 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지난 23일 훼손된 이명박 대통령의 조화 대신 이날 새 조화를 보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조화가 훼손된 데 대해 봉하마을 장례위원회 측에서 '빈소가 제대로 차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지자들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불상사였다'고 통보해 왔다"며 "다시 보내주면 조화를 빈소에 모시겠다고 해서 다시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의 조화를 당장 설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청와대 측에 양해를 구했다"며 "현재 적절한 장소에 이 대통령의 조화를 보관하고 있으며 언제 설치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임시 분향소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임시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의 행렬은 덕수궁 돌담길을 채우고도 모자라 지하철 시청역까지 이어졌다. 조문 대기 시간이 3시간 이상 걸렸다.

노 전 대통령의 모교인 개성고(옛 부산상고) 총동창회가 설치한 부산 서면 장학회관, 옛 전남도청 본관 앞, 전북 전주 오거리 문화광장, 경기 수원역 남측광장,구리역 인근 돌다리공원 등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추모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대구 중구 2 · 28 기념공원에서는 '대구 · 경북 아고라' 회원들이 추모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전국 민주당 시 · 도당과 충북 법주사,광주 문빈정사와 원각사,대구 동화사,경주 불국사,영천 은해사 등 사찰에서도 승려와 신자들이 고인을 애도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행정안전부의 방침에 따라 25일부터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객을 맞기로 했다.

봉하마을=김태현/신경원/김일규/서보미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