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4일,대한민국 곳곳에서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정치권과 정부,재계 등도 주요 일정 및 행사를 연기하며 조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날 빈소가 차려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마을회관과 전북 전주 오거리 문화광장,부산 서면 옛 부산상고 장학회관,민주당 제주도당사 등 전국 수십 곳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수십만명의 조문객이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봉하마을 빈소에는 이날 밤 늦게까지 15만여명이 조문했다.

정부도 서울역 광장과 서울역사박물관에 공식 분향소를 차렸다. 특히 덕수궁 대한문 앞 임시 분향소에는 이른 새벽부터 추모객들이 몰려 1㎞ 이상 줄을 서는 등 이날 하루에만 10만명을 넘어섰다. 조문객들은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성욱씨(36)는 "마지막 가는 길에 마음이라도 함께 하고 싶어서 일찍 집을 나섰다"며 "그동안 많은 곡절을 겪으며 힘들었을 텐데 이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노 전 대통령 장례를 7일간의 국민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정치권은 다음 달 1일 열릴 예정이던 6월 임시국회를 1~2주 연기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려던 24일의 정부 재정전략회의도 26일 국무회의 직후로 늦춰졌다. LG그룹도 25일로 잡아 놓은 'LG디스플레이 파주 8세대 LCD공장 준공식'을 애도기간 이후로 미뤘다.

프로야구 등 주요 경기장에서는 요란한 단체응원을 모두 취소했고,방송국의 예능프로도 결방됐다. 본격적인 축제철을 맞아 전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지자체 및 민간 주최의 다양한 행사들도 대거 취소되거나 장례식 이후로 연기됐다.

시민들은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몰고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또다시 국론 분열과 사회 갈등이 빚어지면서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회사원 김철수씨(45)는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유언대로 서로를 용서하고 화합하는 게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라며 "모두가 슬픔을 딛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