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돈벌이를 할 방법도 연금제도도 없다. 돈도 친구도 없는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어느 직업보다 높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자기 고백이다. 정치를 하려면 돈이 필수인데 조달하기 어렵다보니 편법이 생겨난다는 토로다. 16대 국회 말에 개정된 정치자금법(오세훈법)이 정치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훈법의 핵심은 법인과 단체 후원 금지,모금 한도 제한이다. 연간 3억원이었던 정치자금의 모금한도를 1억5000만원(선거있는 해는 3억원)으로 줄였고 정치자금원도 2000만원 이내의 소액 기부자로 제한했다. 정치인의 주수입원이었던 기업으로부터 돈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의원들은 깨끗한 정치라는 법의 취지는 좋지만 내용상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고 주장한다. 초 · 재선 의원이나 야당 의원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지난 3월 중앙선관위의 집계 결과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 상위 20명 중 14명이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여당 안에서도 당직을 맡은 다선 의원,계파 핵심 인물에 돈이 몰렸다. 조직과 유명세에서 뒤질수록 정치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나친 규제가 편법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연 300만원 이상의 고액후원자 명단을 매년 공개하다보니 뒷말을 들을까봐 지역 중소기업인들의 돈을 안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 상임위 관련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보험성'후원,의원들 간 '품앗이' 후원 등이 슬그머니 늘어나는 추세다. 후원회 행사 개최 금지,우편으로 제한한 모금방식 등도 음성적인 돈의 흐름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은 이 기회에 오세훈법을 현실적으로 개정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모금과 지출의 투명성을 제고하되 후원금 한도를 높이고 모금방식은 다양화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김충조 민주당 의원은 "정치자금의 상한선과 용처가 너무 제한적어서 검은 돈의 유혹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며 "기업과 단체의 기탁을 허용해 정당별로 배분하자"고 제안했다.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은 "정치 자금 부담이 높은 초선 및 비례대표 의원의 숨통을 터주자"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탁금을 일괄해 걷은 뒤 개별 국회의원에게 균등 배분하자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지난 2월 제출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