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인 정연 씨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수십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직면하게 됐다.

검찰은 2007년 9월 박 회장이 홍콩법인 APC계좌를 통해 정연 씨에게 수십만 달러가 건네진 정황을 포착했으며, 11일 정연 씨와 남편 곽상언 변호사를 소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600만 달러와는 달리 정연 씨에게 돈을 건넨 박 전 회장과, 이 돈이 건네지는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의 진술도 일치한다며 노 전 대통령 측의 수수사실을 명확히 했다.

이 돈은 박 전 회장 측에서 대통령 관저로 전해진 100만 달러나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 씨가 사실상 지배권을 갖고 있는 500만 달러와는 별개의 돈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게 돈을 요청했는지, 아니면 적어도 돈이 건네진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리지만, 검찰 수사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아내와 아들에 이어 딸까지 모두 재임기간 중 박 전 회장의 `불투명한 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권양숙 여사는 2007년 6월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전 회장으로부터 100만달러를 받았으며, 아들인 노건호 씨는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 씨를 통해 500만달러를 수수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었다.

이 때문에 아내와 아들에 이어 딸에게까지 돈이 건네졌다는 사실은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와는 별개로 노 전 대통령이 적어도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을 거라는 개연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은 그동안 600만 달러에 대해서는 퇴임 이후에 알았고, 특히 그 중 500만 달러에 대해서는 조카사위에게 건네진 투자금이어서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왔다.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그러나 아내, 아들, 딸 등 가족 모두가 재임 중에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몰랐다'고 하는 기존의 주장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정연 씨의 금품수수 사실은 부인과 아들이 돈을 받은 사실을 노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상식선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여겨 온 검찰의 `상식'이 한층 힘을 받도록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