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을 앞두고 검찰은 27일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할 방대한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이 '모르쇠 전략'을 시종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을 뒤집기 위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대질신문 등 다양한 조사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를 묵묵히 준비 중이라는 정도만 말하겠다"며 "경호 호송 등 실무적인 문제는 문재인 변호사와 계속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정 전 비서관 막판까지 조사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소환 직전까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통해 100만달러와 500만달러 등에 대한 의혹을 마저 밝히고,이를 토대로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지난 21일 구속한 이후 매일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해왔다. 정 전 비서관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 600만달러와 자신이 빼돌린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는 기존 진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에 적극 부인으로만 일관하던 종전 입장과 달리 일부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등 조금씩 진술 태도에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연차 회장과 대질신문할 수도

검찰이 소환 당일(30일)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을 벌일지도 관심이다. 홍 기획관은 "조사 형식이 어떻게 될지 아직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혀 대질신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 횟수도 당초 계획대로 한 차례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 내부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끝내야 한다"는 의견과 "서면질의서에 대한 답변이 부실해 추가 신문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검찰은 여태까지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인사들이 의혹을 부인하면 박 회장의 구체적인 진술을 토대로 대질신문 카드를 꺼내들어 혐의를 밝혀냈었다.

검찰은 현재 100만달러와 500만달러,12억5000만원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을 분리해 수사팀별로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할 질문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병우 중앙수사1과장이 조사를 담당하는 가운데 특정 의혹에 대해 정통한 팀별 검사가 수시로 함께 배석해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이 예측하지 못한 '물증'을 들이댈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